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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줄이고 살아남으라'…경기 악화 속 실리콘밸리 새 슬로건
테크기업, 감원·채용 동결…투자업계 "10년간의 호황 시절 끝났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지난 20년간 미국 실리콘밸리를 지배했던 정신인 '빠르게 움직이고 파괴하라'가 '비용을 줄이고 살아남으려 애써라'로 갑자기 바뀌고 있다고 CNN 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점점 악화하면서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정보기술(IT) 업계도 냉엄한 현실을 새롭게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테크 업계에선 최근 감원과 채용 동결 소식이 잇따라 나오고 있고 이들 기업의 주가와 가상화폐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하락한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은 신규 채용을 동결하거나 축소하기로 했고,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우버도 비용을 삭감하고 신규 채용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무료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로빈후드는 정규직 직원의 약 9%를 감원하기로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전히 호실적을 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오피스와 윈도 부문 부사장이 직원들에게 새 일자리를 만들 때 더 신중해지고 먼저 경영진으로부터 승인을 받으라고 당부했다.
소셜미디어 스냅, 기업용 클라우드 업체 세일즈포스 등도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동결하겠다고 했고,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도 신규 채용에 속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IT 섹터는 올해 들어 주가가 19%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 넘게 빠졌다.
투자자와 업계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벤처캐피털 업체 라이트스피드는 최근 "지난 10년간의 호황 시절은 의심의 여지 없이 끝났다"고 블로그에 올렸다.


IT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 'Y 콤비네이터'는 "경제가 얼마나 나빠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상황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안전한 움직임은 최악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저명한 벤처캐피털 투자자 빌 걸리는 지난달 올린 트윗에서 "상황이 예전과 같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델마와 루이스처럼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은 "아무도 현재 시장의 하강 국면이 얼마나 오래 갈지, 얼마나 심각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그리고 대부분의 시장 연구자들이 2000년의 IT 붕괴 때만큼 파괴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새로운 발언들은 고공 행진하던 테크 업계에 뚜렷한 기조의 반전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투자 업체 르네상스 캐피털의 수석 기업공개(IPO) 시장 전략가 맷 케네디는 시장의 기류가 상전벽해라고 진단했다.
케네디는 "수년간 스타트업들은 대체로 똑같은 교범을 따랐다. 손실을 얼마나 보든 가능한 한 빨리 성장하라는 것이었다. 그게 투자자들이 보고픈 것이었다. 자금 조달비용이 쌌기 때문에 손실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게 바뀌었다. 또다시 수익이 중요하다"면서 "투자자들은 이익을 더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을 2000년대 초반의 닷컴버블 붕괴와 비교하는 사람도 많지만, 전문가들은 테크 업계가 당시보다는 훨씬 더 발전했다고 지적한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댄 왕 부교수는 "대형 테크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여전히 재무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게다가 테크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많은 서비스는 소비자가 필수적이라고 여기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왕 부교수는 그는 이런 점들이 닷컴버블 시기와 현재를 비교하거나,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몇 달간 벌어질 일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고 덧붙였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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