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보드로 테러범 맞선 런던브리지 영웅, 가톨릭 성인될까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2017년 영국 런던 테러 때 생면부지의 시민을 구하다 숨진 이그나시오 에체베리아(당시 39)를 가톨릭 성인 반열에 올리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출신으로 당시 HSBC은행 런던지점에서 일하던 에체베리아는 2017년 6월 3일 런던브리지 근처에 스케이트보드를 타러 나왔다가 한 여성이 테러범의 공격을 받는 장면을 보고 테러범에 달려들었다.
그는 당시 갖고 있던 스케이트보드를 무기 삼아 용감히 맞서 여성을 구했지만 자신은 테러범의 칼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당시 테러범들은 런던브리지 인근에서 승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치고는 인근 상점가인 버러마켓에서 내려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테러로 인해 에체베리아 등 8명이 숨지고 48명이 부상했다.
사건 직후 테러범에 용감히 맞서 싸운 그의 행적이 알려지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국인 스페인에서는 그의 용감한 행동을 기리기 위해 스케이트 공원과 광장 등지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그의 생애 마지막 24시간을 소재로 하는 '스케이트 영웅'이라는 뮤지컬도 제작됐다.
런던에서 테러가 발생한 지 5년이 넘어가면서 그를 성인의 반열에 올리는 시성(諡聖)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로마 교황청 규정상 시성은 대상자가 사망한 지 5년 이후부터 관련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데, 지난 3일부로 에체베리아가 숨진 지 5년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의 가족들은 시성 절차를 위해 그동안 모아 놓은 자료를 정리 중이라고 가디언에 전했다.
그의 시성 추진에는 스페인 가톨릭도 함께 하고 있다.
앞서 사건 발생 1년 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교구의 보좌주교 후안 안토니오 마르티네스 카미노 신부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의 죽음을 기릴 것을 제안하면서 그를 성인의 반열에 올려야 한다는 여론이 본격 조성된 바 있다.
그의 부친 호아킨은 "(당시 스페인 가톨릭의 발표는) 아들의 죽음이 의로운 죽음이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생전에 매사 열정적으로 살아왔던 내 아들도 하늘에서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황 프란치스코는 런던 테러 한 달 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한 기독교인은 특별한 배려와 존경을 받을 가치가 있다"며 시성 대상을 확대할 방침을 밝힌 바 있어 그의 시성 절차는 어렵지 않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로마 교황청은 런던 테러가 발생하기 수개월 전부터 가톨릭 신자로서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사람도 성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논의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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