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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발언대] '매버릭' 청년사업가 이창현 글로벌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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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발언대] '매버릭' 청년사업가 이창현 글로벌리어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여행 스타트업인 글로벌리어(Globaleur)의 이창현(30) 대표는 '매버릭'(Maverick)이라 부를 만하다.
주인이 누구인지 표시하는 낙인이 없는 가축을 뜻하는 매버릭은 독립성과 개성이 강한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글로벌리어는 디지털에 바탕을 둔 4차 산업혁명 시대 화두인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全·end-to-end) 여행 일정을 자동으로 짜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이 대표는 2018년 6월 대학 동창 등과 함께 글로벌리어 미국 법인을 먼저 세운 뒤 2020년 1월 한국 법인을 열었다.
한국 근무 직원이 10명, 미국에 있는 직원이 7명으로 아직 규모가 작지만 2020년 싱가포르항공 주최의 여행 기술 경연 대회인 앱 챌린지(App Challenge)에서 전 세계 700여 곳 스타트업과 경쟁해 한국 스타트업으로 처음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는 한국관광공사의 '우수관광 스타트업 대상'을 받는 등 탄탄한 기술력을 토대로 포스트 코로나19 관광시장에서의 성장 잠재력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 초등 6학년 때 미국 유학길
이 대표가 걸어온 길은 독특함 그 자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교환학생 대표로 선발돼 3개월간 미국 생활을 경험한 뒤 유학을 결심했다. 당시 재미있고 자유롭게 생활하는 또래 미국 어린이들을 보면서 온종일 공부만 하는 환경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해 부모님을 설득했다.
결국 한국에서 초등 5학년을 마치고 6학년 때 홀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기숙형 사립 중고교를 졸업하고 에모리대학에서 회계와 재무를 전공했다. 대학 시절 코딩에 재미를 느껴 독학을 통해 개발한 시험문제 자동생성 소프트웨어는 에모리대 회계학과의 모든 수업에 사용됐다고 한다. UC버클리 공학대학원에 진학해선 AI와 머신 러닝을 공부했고,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이그나이트(IGNITE) 창업자 과정을 거쳤다.
미국에서 학창기를 보내는 동안 이 대표 부모는 아들이 한국말을 잊지 않도록 하려고 항상 모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그는 한국어와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바이링구얼로 성장했다.
올해 30세인 이 대표는 글로벌리어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2차례의 창업 경험을 쌓았다.
하나는 프랑스 베이커리 브랜드를 한국으로 들여온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미국 내 비즈니스호텔의 느린 인터넷 속도를 올려주는 트래픽 관리 사업이었다.
20살 때 대학 공부까지 중단하며 심혈을 쏟았던 첫 사업은 1년 넘게 운영하다가 사업권을 매각하고 손을 뗐다.
매출이 계속 늘었지만 너무나 전통적인 업종이라서 흥미를 잃은 것이 포기를 선택한 주된 이유였다고 말했다.
교정으로 다시 돌아간 그는 거대 통신업체 AT&T 등과 경쟁하는 영역인 인터넷 트래픽 관리 스타트업을 세웠지만 무모한 도전임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2차례 창업 경험 후 3번째 새로운 도전
이 대표가 창업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여행 계획 솔루션 스타트업을 시작한 것은 UC버클리 공학대학원을 나온 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수료한 창업 프로그램과 대학 졸업 후 길지 않게 체험했던 직장 생활이 밀알이 됐다.
다국적 회계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 애틀랜타와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 샌프란시스코에서 연이어 근무하면서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맡아 출장을 많이 다녔는데, 항공편 예약을 비롯한 여행 전 과정을 만족스럽게 지원해주는 개인화 서비스가 빈약함을 절감했다.
"AI나 빅데이터 활용에서 여행 산업의 기술력이 다른 산업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M&A 업무로 페이스북, 구글, 테슬라 같은 혁신 기업 관계자들과 교류하면서 신기술을 어떻게 사업에 접목해야 하는지 많이 배웠는데, 그걸 여행 산업에 적용해 보자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이 대표가 UC버클리 공대 석사 출신인 중국인 공동 창업자를 만나 세운 글로벌리어는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여행 계획을 추천하는 엔진을 만든다.
이 엔진을 사용하는 고객은 항공사, 여행사, 호텔 등 여행 관련 업체나 관광청 같은 정부 유관 기관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리어는 현 단계에선 개인 여행자와 직접적인 접점이 없는 B2B(기업 간 거래) 업체에 해당한다.
현재 글로벌리어와 계약해 유료 서비스를 받는 곳은 한국의 카드사 1곳과 정부 관련 기관 1곳, 본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인 곳은 해외 대형 호텔 체인 기업 2곳과 항공사 2곳이다.
올 하반기부터 시험 단계의 서비스(POC)를 싱가포르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스쿠트(Scoot)에 제공할 예정인데, 운용 효과가 좋다는 평가가 나오면 본격적인 서비스 도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리어는 이달 초 항공 기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주최의 콘퍼런스 경진대회 본선에서 유일한 동양권 회사로도 선발됐다. 이 대표는 이 성과를 앞세워 델타, 아메리칸, 에미리트 등 여러 글로벌 항공사와 기술 교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
글로벌리어는 세계 55개국에서 호텔 700여 곳을 운영하는 태국의 마이너 인터내셔널 등 해외 대기업 3곳과도 POC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국내외 관광 기업들은 글로벌리어가 제작한 솔루션 프로그램을 자사 앱이나 홈페이지에 탑재해 일반 소비자들이 이용토록 한다.
글로벌리어 엔진의 특징은 세계 도시 2만여 지역의 70만 곳 이상 호텔, 230개 이상 항공사(180여 개 취항지), 관광 명소 4만여 곳, 18개 주요 브랜드 렌터카 등에 관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AI가 자동으로 개인화한 여행 추천 프로그램을 다양한 선택지로 제공한다.
일례로 서울을 2박 3일 방문하고자 하는 외국인 여행자가 있다면 그가 제시하는 가격과 관광 테마 등 각종 조건에 가장 어울리는 시간대별 여행 일정을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글로벌리어 입장에선 항공사와 호텔 업체들이 트립닷컴이나 익스피디아 같은 거대 온라인여행사(OTA)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호재다.
항공사와 호텔들이 수수료를 요구하는 OTA 의존도를 줄이려고 자사 플랫폼(홈페이지 등)을 직접 이용하는 고객을 늘리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는데, 이러한 업계 움직임은 글로벌리어의 엔진 사용을 늘려 D2C(Direct to Customer·소비자에게 직접 제품 판매) 전략을 고도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 스타트업 창업 환경, 세계 최고"
미국은 물론 중국,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이스라엘의 창업 생태계를 잘 알고 있다는 이 대표는 인터뷰 중에 한국의 창업 환경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법인을 둔 그에게 미국의 스타트업 지원 제도가 어떠냐고 묻자 "미국하고 한국의 창업 환경이 너무나 다르다"라고 반응했다.
"한국은 초기 스타트업을 많이 지원해 주지만 미국은 경쟁을 거쳐 성과가 좋은 회사만 도움을 주는 구조입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국에선) 인건비 지원, 법률 지원에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창업가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며 "해외 진출을 위한 수출 지원과 해외 시장 정착 지원까지 해주고 있다"고 했다.
다양한 지원 시스템이 마련된 한국에선 아이디어만 좋으면 쉽게 창업할 수 있다고 평가한 이 대표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1등이다. 초기 스타트업 지원 제도가 다방면으로 너무나 잘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의 성공에는 초기 투자자가 큰 영향을 미친다며 국내외의 투자자 성향도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창업 초기에 미국에서 여러 번의 투자 제안을 받았지만, 창업팀과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거나 호흡이 맞지 않아 거절했다. 운영자금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금 유치가 시급했으나 회사의 방향성보다는 성장세에 집착하는 투자자가 많아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초기 투자자는 창업팀 구성원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다음 단계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면서 회사 발전을 함께 고민하고 동반자 역할도 해 줄 수 있는 투자자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빠른 실패가 빠른 성공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한국 법인을 세우고 시드 투자를 유치하자마자 코로나19가 세계 관광업계를 강타하면서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결국 고속 성장 전략을 버리고 생존에 비중을 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당시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있던 계약이 줄줄이 취소됐고, 출범 첫해 매출은 애초 기대했던 것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초기 멤버들과 동고동락하며 열심히 뛴 결과로 관광 스타트업으로는 이례적인 성장세를 구가했다.
매출 기준으로 작년에는 전년 대비 4배 이상, 올해는 7~8배의 성장을 달성해 수십억 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직원 수도 2020년 초와 비교해 현재는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세계 관광산업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관광산업 방향과 관련해선 여행 목적지를 고르는 초기 단계부터 항공권·호텔·현지 이동 수단 예약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개인화에 초점이 맞춰진 기술 기반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세의 나이로 보면 풍부하다고 할 만한 창업 경험을 쌓은 이 대표는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인 세일즈포스(Salesforce) 공동 창립자 마크 베니오프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우리만 잘하면 회사는 성장한다"와 "누구보다 미래에 먼저 도착해 고객들을 맞아야 한다"는 그의 경영철학에 매료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창업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 빠른 실패가 빠른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사자성어인 일취월장(日就月將)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제일 불만이 많은 고객이 가장 많은 가르침을 준다"(Your most unhappy customers are your greatest source of learning)"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말을 덧붙였다.
"사업이라는 게 외부에서 볼 때는 한 번의 기회를 잡아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게 큰 한 방이 오는 일은 매우 드물어요. 매일 거듭하는 발전이 조금씩 쌓여 한 번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차분하게 조바심 내지 말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다 보면 성공하실 거라 믿습니다."

※ 이 코너를 통해 경험담을 공유하고자 하는 스타트업 CEO 여러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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