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아프리카연합 의장과 회담…"우크라 곡물 수출 완화 밝혀"
살 의장 "곡물·비료 수출 관련 대러 제재 풀어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연합(AU) 의장을 맡고 있는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과 회담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빚어진 아프리카 식량 위기 등에 대해 논의했다.
타스·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를 방문한 살 대통령과 약 3시간 동안 회담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살 대통령은 회담 뒤 트위터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봉쇄 상황을 완화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 곡물과 비료 수출도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살 대통령은 덧붙였다.
이에 앞서 살 대통령은 회담 뒤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위기와 제재가 아프리카 경제와 같은 취약한 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음을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의견 교환에 대해 아주 행복한 마음으로 러시아를 떠난다"고 밝혀 아프리카 식량 위기 해소와 관련한 대화에서 일정한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속한) 흑해의 오데사항이나 러시아가 통제 중인 아조프(아조우)해의 마리우폴항을 통해 (곡물)수출을 활성화하는 몇몇 방안들이 있다고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만 오데사항 경유 곡물 운송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기뢰를 제거해야 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살 대통령은 국제 곡물·비료 수출과 관련한 대러 제재를 해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대러 제재는 아프리카 국가들로의 곡물과 비료 공급 상황을 더 악화시켰으며 이는 (아프리카) 대륙의 식량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세네갈은 곡물과 비료 수출은 대러 제재에서 제외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유엔 표결에서) 큰 압박에도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러시아의 입장을 비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를 맺어온 아프리카와 개별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량은 세계 밀 공급량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특히 아프리카는 밀 수입량의 40% 이상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개시 이후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길이 막혀 2천만t 이상의 곡물이 창고에 쌓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호단체들은 일명 '아프리카의 뿔'로 일컬어지는 아프리카 동북부 국가에서 1천400만 명 이상이 기아선상에 놓여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의 비료와 식량 수출이 타격을 입었다면서, 서방의 제재가 해제되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길도 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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