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위치 같다고 다 같은 암 아냐" 유전자분석 각광
표적항암제 등 선택에 쓰여…2017년부터 건보 적용
정확한 유전자 변이 진단 시 치료 성과 큰 폭으로 개선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같은 위치에 생긴 암이라고 다 같은 암이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 맞춤형 치료에 집중하는 '정밀의학'의 시대가 도래했다. 암 치료도 예외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암 치료 효과를 향상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앓고 있는 암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확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을 통한 암 유전자 분석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암 치료에도 정밀의료 개념이 도입되면서 암 환자들이 항암제를 선택하기에 앞서 NGS 유전자 패널 검사를 받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NGS 검사는 환자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유전자 변이로 인한 질환을 진단할 뿐만 아니라 암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확인해 개인에 잘 맞는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NGS 검사는 기존의 직접염기서열분석법과 달리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유전자를 한 번에 분석할 수 있어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17년부터 조건부 선별급여를 통해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는 검사 비용의 50%만 부담하면 된다. 본인 부담금은 70만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검사를 통해 도출된 결과는 환자에게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표적항암제 등을 선별하는 데 사용된다.
최윤라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교수는 "과거에는 암이 발생한 신체 부위에 따라 치료했다면 이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환자의 암에 어떤 변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항암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며 "같은 폐암 환자라고 해도 각기 다른 암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다면 선택할 수 있는 항암제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암의 위치와 크기가 같은 두 환자가 있더라도 암에 어떤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에 따라 표적 항암제를 달리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위치에 생긴 암이라고 해서 같은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의 치료 효과와 최고의 예후를 겨냥해 항암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폐암의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의 경우도 NGS 검사를 통해 확인된 EGFR, RET, ALK 등의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여러 항암제가 존재하므로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해진다. 시행착오 없이 환자에게 맞는 항암제를 조기에 확인해 해당 유전자 변이를 표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유방암 역시 NGS 검사로 HER2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면 이를 표적하는 항암제를 선택해 치료했을 때의 예후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교수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확인해 치료 경과를 예측함으로써 비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높일 수 있다"며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암 환자에 표적 치료제를 활용했을 때의 생존 기간(중앙값)이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1년 이상 길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환자에 표적 치료제를 시행할 경우 생존 기간은 3.5년이었으나, 유전자 변이가 있는데도 표적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의 생존 기간은 2.4년으로 나오기도 했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다만 NGS 검사를 통해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더라도 쓸 수 있는 표적 치료제가 아직 허가되지 않아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할 수 있고, 건보 적용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검사 비용이 수십만 원으로 만만치 않다.
최 교수는 "NGS 검사 활용과 비용 등에서 일부 한계가 있긴 하지만 환자가 자신의 암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암으로 진단받았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를 통해 암 유전자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적절한 치료법을 고민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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