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수백명 탈영하지만 마땅한 처벌 수단 없어 고민"
10년 징역 가능하지만 대부분 파면에 그쳐…"관심 끌까 부담"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우크라이나로 동원된 러시아군 수백 명이 전쟁 초기 탈영하거나 명령을 거부해 러시아 정부가 처벌 문제를 고민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인권단체인 아고라는 명령을 거부한 군인과 친척에게 법적 조력을 제공하는 텔레그램 채널을 3월 17일 개시했고 이후 열흘간 721명이 문의했다.
WSJ가 확보한 3월 4일자 군령에는 러시아군 기지 사령관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복무하던 중 명령을 거부한 군인 수백 명의 해고 명령에 서명했다.
러시아 나르치크시 군사법원의 판사가 서명한 3월 25일자 문건에는 전쟁이 시작된 2월 하순부터 3월 초 사이 우크라이나로 이동을 거부해 해고된 러시아 방위군 115명의 항소를 기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하일 벤야시 러시아 변호사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로 이동해 점령지를 순찰하고 주민 반발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파면된 방위군 10여명을 변호한다.
그는 3월 24일 자신이 맡은 사건을 공개한 이후 1천명이 넘는 군인과 러시아의 치안을 담당하는 내무부 직원이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법은 군무에서 이탈한 군인에게 최대 10년 징역을 선고하도록 하지만 탈영병이 엄청난 압력을 받았거나 도망칠 수밖에 없는 개인 사정을 증명할 수 있으면 형사 처분을 면할 수 있다.
그러나 탈영 문제에 관심을 끌고 싶지 않은 러시아 정부가 지금까지 주로 적용한 처벌은 파면이다.
벤야시 변호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선전포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복무를 거부한 군인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할 근거가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에 있는 국방 전문가인 파벨 루진은 지금까지 명령 불복종에 대한 처벌은 밀린 임금을 주지 않고 파면하거나 주택자금대출 등 특혜를 거두는 수준에 그쳤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이런 사례를 너무 부각하면 현재 비중이 작지만 계속 커지는 탈영 규모를 오히려 증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탈영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1994∼1996년 1차 체젠 전쟁 때는 한 달 남짓한 훈련만 받고 코카서스 산악지대에 투입된 러시아군 수천명이 탈영했고, 이후 러시아는 탈영자 처벌을 강화했다고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08년 조지아 침공 당시 군 장비와 훈련의 부족함이 드러난 이후 군 개선에 우선순위를 뒀다.
그러나 국제 탐사보도 기자의 네트워크인 '조직범죄와 부패 보도 프로젝트'의 4월 보고서에 따르면 낮은 수준의 임금과 부패, 신병 괴롭힘이 러시아군의 사기를 여전히 저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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