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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관차' 독일, 메르켈 은퇴·우크라전에 지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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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관차' 독일, 메르켈 은퇴·우크라전에 지위 흔들
EU 내 권위·지배력 떨어져…동유럽, 더는 독일에 의지 안해
"메르켈 역할 잇지 못하는 숄츠"·"러에 유화적 태도로 실수" 지적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한때 유럽의 '기관차'로 불리며 역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독일이 이제는 그 권위와 지배력이 떨어진 모습이라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6년간 유럽연합(EU)에서 실질적인 지도자 역할을 했던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퇴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면에서 드러난 실책과 일관성 없는 메시지, 복잡다단한 독일 내 이른바 '신호등 연립정부'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몇 년간 EU에서 독일이 지도자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회원국 간에 이론이 있을 때마다 동유럽, 중부 유럽 국가들은 독일에 일종의 후원과 안내, 명확한 지침을 기대했다. EU가 도움이 필요할 때 폴란드, 헝가리 등을 설득해 EU 계획에 동참하도록 한 것도 독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각국은 저마다의 길을 가고 있고, 오랫동안 EU 의사결정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던 프랑스와 독일의 '프랑코-저먼 동맹'은 공공연하게 도전을 받고 있다고 다수의 EU 관료들과 외교관들은 전했다.
동유럽의 한 외교관은 폴리티코에 "우리는 독일의 보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역사는 독일이 역사의 잘못된 쪽에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난민 환대, 러시아 천연가스 단계적 감축 등에 있어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발트해 국가들은 영리한 리더십을 갖고 있고, 불가리아에는 더 신뢰할 수 있는 새 정부가 있고 루마니아는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러시아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6차 제재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과 다르게 손상된 독일의 신뢰도가 더욱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은 송유관을 통한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에 면제를 제안하면서 이익을 추구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독일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하면서 결국은 올 연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끊겠다고 약속했지만, 다른 회원국들로부터 이러한 의심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독일의 신뢰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폴리티코는 진단했다.
과거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EU와 의견이 부딪힐 때면 메르켈 전 총리가 종종 그를 설득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는 독일 국방장관 출신으로 메르켈 전 총리의 제자라 할 수 있는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헝가리를 방문하기도 했지만,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둘러싼 교착상태에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메르켈의 후임자인 올라프 숄츠 총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EU의 한 외교관은 "숄츠 총리가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외교관은 "메르켈 전 총리를 대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숄츠 총리를 향해 "메르켈 전 총리가 했던 중재자라기보다는 중상주의를 표방하는 독일인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이에 비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지도자로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드라기 총리는 2012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서 붕괴 위기에 빠진 유로존을 구해내며 '슈퍼 마리오'로 불렸다. 다만 그는 이탈리아의 불안정한 정치와 부실 재정 등의 짐을 안고 있어 제한적인 위치에 놓여있다.
독일의 영향력 쇠퇴는 메르켈 전 총리 임기 중에도 이미 진행 중이긴 했지만, 특히 메르켈 전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EU-러시아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을 때 두드러졌다.
당시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 동유럽 지도자들은 단호하게 반대했다.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유화적 접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여기에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독일이 전쟁을 일으키는 독재자를 고립시키는 것보다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함으로써 역사적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을 동유럽 국가들에 확인시켜줬다는 진단이다.
여전히 동유럽 외교관과 관료들 사이에선 독일의 귀환을 바라는 이들도 있다.
크리스야니스 카린스 라트비아 총리는 폴리티코에 "우리가 볼 때 (협상 테이블에서) 독일이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독일 정부의 변화에도 나의 시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보다 더 카리스마 있고 강단있는 모습으로 동유럽의 마음을 얻은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의 도움으로 어쩌면 독일은 국제무대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도 있다고 폴리티코는 내다봤다.
시간의 문제일 뿐 숄츠 총리가 곧 EU에서 영향력을 회복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 EU 집행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메르켈 전 총리도 EU 집행위원회에서 역학관계를 완전히 장악하는 데 1∼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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