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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홍콩 선거제 유지돼야"…멀어지는 보통선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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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홍콩 선거제 유지돼야"…멀어지는 보통선거권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애국자'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편한 홍콩 선거제가 장기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지난해 뜯어고친 홍콩의 선거제에 대해 홍콩 민주 진영과 서방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하는 가운데, 보통 선거권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바람은 멀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30일 베이징을 찾은 존 리 홍콩 행정장관 당선인에게 새로운 선거제 아래에서 홍콩은 선거위원회와 입법회, 행정장관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새로운 선거제가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보장하고 홍콩 주민이 자신의 주인이 되도록 권리를 행사하게 보호하며 홍콩 모든 분야가 함께 일하는 좋은 환경 조성을 촉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와 홍콩의 실제 상황, 홍콩의 발전에 부합하는 민주주의적 정치 체제"라며 "소중히 여기고 장기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당선인은 지난 8일 1천460여명 선거위원회의 간접 선거로 실시된 행정장관 선거에 중국 정부의 낙점 속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이번 행정장관 선거는 중국이 홍콩의 선거제를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전면 개편한 후 처음 치러진 행정장관 선거였다.
민주 진영의 선거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치러진 해당 선거에 대해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은 정치적 다양성과 근본적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비판했다.
G7은 "현재의 행정장관 지명·임명 절차는 보편적 참정권의 목적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고, 홍콩인들이 합법적으로 대표될 수 있는 능력을 더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홍콩 명보는 31일 시 주석이 앞서도 홍콩의 선거제 개편 성과에 대해 언급해왔지만 "소중히 여기고 장기 유지돼야 한다"고 말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라우시우카이 부회장은 "시 주석의 발언은 새로운 선거제가 장기간 시행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며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이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이 거세게 일어났으며, 이후에도 시민사회에서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시민 모두가 차별 없이 표를 행사할 수 있는 보통 선거권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현재 행정장관은 홍콩 740만 국민의 0.02%에 불과한 인원으로 구성된 선거위원회에서 뽑고 있으며, 국회에 해당하는 입법회 의원의 절반 이상도 소수가 참여하는 간접 선거로 선출된다. 행정장관과 입법회 선거를 좌지우지하는 선거위원회 위원을 뽑는 선거에도 소수만 참여한다.
올해 행정장관 선거일에도 홍콩 야당 사회민주연선 당원들이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가두 행진을 펼치며 "행정장관 선거에 시민 1인 1표를 즉각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중도파 정당 '신사유'의 틱치연 주석과 민주 진영 정당 민주민생협진회의 브루스 류 주석 등은 기본법(홍콩 미니헌법)에 보통선거에 대한 약속이 언급돼 있다며 홍콩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것이 국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 유지돼야 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이 홍콩의 현재 선거제가 영원히 불변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반면, 친중 진영에서는 선거제가 쉽게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신민당의 레지나 입 주석은 "입법회는 새로운 선거제 아래에서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라며 "과거 입법회는 포퓰리즘적이고 혼란스러워 사회문제 해결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명보는 전날 리커창 중국 총리가 리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건네면서 홍콩의 민주주의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명보는 "리 총리는 5년 전 캐리 람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줄 때는 홍콩의 민생 개선과 민주화 추진 등 다방면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약속했으나 이번에는 리 당선인에게 민주주의 증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홍콩의 민생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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