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총격 참사, '28년 공화당 독식' 텍사스 주지사선거 뒤집을까
민주, 총기규제 완화한 공화 주지사 책임론 제기…쟁점화 나서
공화당 "유권자들, 시간 지나면 결국 민생 문제에 집중"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에서 어린이 19명 등 21명이 총격에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오는 11월 열리는 주지사 선거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화당 소속 현직 주지사 그레그 애벗에 도전하는 베토 오로크 민주당 후보는 이번 총격 사건이 주지사 선거판을 뒤흔들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AP 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로크 후보는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하자 애벗 주지사 기자회견에 참석해 총기 규제 완화에 앞장선 주지사 책임론을 부각했고, 휴스턴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NRA) 연례총회에선 총기 반대 집회에 동참했다.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오로크는 텍사스주 엘패소 출신의 정치인이다.
2018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텍사스 정계의 거물 테드 크루즈에게 석패하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부상했고,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으나 중도 탈락했다.
반면 3선에 도전하는 애벗 주지사는 수세에 몰렸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애벗 주지사는 총격 사건 직후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았고 공화당의 최대 후원단체인 NRA 연례총회 참석도 취소했다.
애벗 주지사는 총격 사건 발생 직후 유밸디 경찰의 대응을 칭찬했으나 최근 경찰의 부실 대응이 드러나면서 거듭 구설에 올랐다.
AP 통신은 "주지사 선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총격 사건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다"며 "오로크는 승산 없는 선거운동을 진행해왔으나 총격 이후 선거 구도를 재설정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 주지사는 거의 30년 동안 공화당이 독식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를 지낸 1995년부터 공화당은 주지사 자리를 민주당에 단 한 차례도 내준 적이 없다.
이에 민주당은 이번 총격 참사 이후 총기 규제 문제를 텍사스 주지사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만들려 한다고 더힐은 전했다.
길버트 이노호사 텍사스 민주당 대표는 총기 규제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며 "공화당은 아이들보다 총을 선택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과연 텍사스의 뿌리 깊은 총기 옹호 문화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텍사스 출신 공화당 정치인들은 총기 소지와 사용에 대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해왔고 유권자들은 수십년 동안 이들을 줄곧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과거 "말과 총, 벌판이 있다면 우리는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고 말했고, 릭 페리 전 주지사는 2010년 레이저 조준경이 달린 권총으로 코요테를 사냥하는 시범을 선보였다.
애벗 주지사는 한때 텍사스주 총기 판매량이 캘리포니아주에 뒤처지자 당혹감을 나타내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공화당의 한 선거 전략가는 "총기 규제가 유권자들의 최우선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결국 총격 사건 뉴스 보도가 잦아들면 유권자들은 가족 생계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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