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살아남았는가"…우크라전쟁 다녀온 외국인 참전자들
WP, 서방출신 자발적 참전자 인터뷰…"현실과 이상 괴리에 혼란"
"러시아 폭격은 일상…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뒤 삶은 바뀐다"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왜 나는 살아남고 나머지는 그러지 못했는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자발적으로 전선에 뛰어든 독일인 파스칼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지난 4월 말 우크라이나에서 교전 도중 사망한 미국인 윌리 조셉 캔슬과 같은 부대에 근무했으며, 캔슬의 전사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나 폴란드 국경을 넘었다.
러시아의 비인도적 폭력에 분노해 자발적으로 총을 집어든 외국인들의 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막연하게 생각했던 전쟁과 실제 현실의 괴리 앞에서 거대한 혼란에 직면한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의 경우 우크라이나 참전을 희망하는 미국인 4천명이 자발적으로 파병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는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줄 것을 권고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들이 전쟁에 참여하는 자체는 위법 사항은 아니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외국인들의 참전을 호소한 직후 상당수가 총을 손에 들었다고 WP는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아예 실전 경험이 없거나 병력과 무기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인 상황의 전투에만 배치된 실정이어서 우크라이나와 같이 열악한 상황에 그대로 노출되면 극도의 당혹감을 표출한다는 것이다.
미 해군 출신으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다코타(작전명)는 4년간 대전차 미사일병으로 근무했지만, 전투 경험은 전무한 채 우크라이나전에 자발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에 집중적으로 지원된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을 다룰 수 있었고, 우크라이나 군에서는 그의 지식을 전수받는 데에 열정적이었다고 다코타는 전했다.
그는 3월 초 수도 키이우 인근 부대에 배치됐고, 그의 부대는 대전차 무기와 재블린을 지급받았지만 정작 배터리가 없었다고 한다. 동력이 없는 상태로 이들 무기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는 무수하게 쏟아지는 러시아군의 폭격은 가장 무서운 순간이 아니었다면서 "그것은 일상"이라고 말했다.
다코타는 자신의 부대가 막 도망쳐 나온 자리에 러시아 헬기가 공격을 감행할 때가 가장 두려웠다면서 "생애를 통틀어 가장 불안했던 순간"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인인 텍사스(작전명)는 민간인이었다.
그는 군 경험이 전혀 없지만 자신의 고향이 불타고 있다는 소식에 자발적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탱크 공격대의 일환으로 활동한 그는 현재 일상으로 복귀했다. 전쟁을 겪은 뒤 그는 소소한 불편함에 화를 내지도 않고 업무에도 한층 편하게 임한다고 한다.
그는 "무언가가 빠진 것 같다"며 "생과 사의 갈림길에 한 번 선 뒤 평화로운 삶으로 돌아오면, 모든 일이 상대적으로 무의미해 보인다"고 말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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