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우크라에 대전차미사일 제공" 미국 요청 거절
시리아 내전 개입한 러시아와 '암묵적 협력'…대러 제재도 불참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이 자체 기술로 개발해 독일에서 생산한 스파이크 대전자 유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게 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와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2주 전 미-이스라엘 안보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아미르 에셸 이스라엘 국방부 최고 행정 책임자는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칼 차관은 독일이 스파이크 대전차 미사일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스라엘 국영 군수 기업인 라파엘이 개발한 스파이크 대전차 미사일은 독일에 있는 이스라엘 소유 공장에서 제작하는데, 제3국 수출을 위해서는 이스라엘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에셸은 이런 요청을 거절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는 살상용 무기나 장비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의 한 고위관리는 "이스라엘 무기로 인해 러시아군 병사가 사망하면,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이스라엘의 안보 이익을 해칠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의 회담에선 미사일 문제가 아예 논의되지도 않았다는 게 이스라엘 관리들의 전언이다.
러시아는 2015년 내전 중인 시리아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해 궁지에 몰렸던 알아사드 정권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도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키며 이스라엘과 군사적으로 국경을 맞댄 상태다.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지만, 이란의 시리아 내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시리아 내 이란과 친이란 무장 조직을 공격하는 이스라엘과 암묵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시리아 내 군사적 배경 때문에 이스라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해왔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탄했지만 러시아를 거명하지 않았고,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미국의 강력한 압박을 받아온 이스라엘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보호장구를 제공하는 등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러시아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 등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은 키이우 외곽 부차 등에서 벌어진 러시아군의 학살을 비판하긴 하지만 여전히 러시아를 입에 올리지는 않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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