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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투명해야 하는 각막? 급하면 T세포 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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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투명해야 하는 각막? 급하면 T세포 출동한다
단순 헤르페스 감염 시 '기억 T세포' 대응 최초 확인
섬세하고 제한적인 면역 반응으로 '각막 투명성' 유지
호주 멜버른대 도허티 연구소, 저널 '셀 리포트'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각막은 안구를 보고할 뿐 아니라 빛을 적절히 굴절시켜 망막에 선명한 상이 맺히게 한다.
흔히 검은자위라고 하는 각막은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투명한 조직이다.
각막에 혈관이 전혀 없는 것도 완벽한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각막의 투명성은 시력 유지에 꼭 필요하다.
각막염, 각막변성 같은 질환이 생기면 각막의 투명성이 떨어져 시력 저하로 이어진다.
각막은 또 신경이 가장 촘촘히 분포한 부위여서 손상되면 통증이 매우 심하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정상적인 각막엔 T세포가 없다고 생각했다.
염증으로 시력이 훼손되는 걸 막으려면 강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통념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각막도 바이러스 등의 감염과 맞서 싸워야 할 땐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각막의 면역 반응은 아주 섬세하고 제한적이었다. 각막의 투명성, 다시 말해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과학자들은 인간과 동물 모델의 각막 조직에 발현한 '기억 T세포'(memory T cell)를 실시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호주 멜버른대 '피터 도허티 감염 면역 연구소'의 스콧 뮐러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4일(현지 시각) 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HPV(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생쥐의 각막 세포를 첨단 다(多) 광자 현미경(multiphoton microscope)으로 실시간 관찰했다.
위험한 바이러스 감염과 싸우기 위해 '기억 T세포'가 각막에 나타난 게 뚜렷이 보였다.
기억 T세포는 바이러스가 제거된 뒤에도 각막에 남아 언제 닥칠지 모를 재감염에 대비했다.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T세포가 긴급 출동하는 건 건강한 인간의 각막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안구 조직에서 활동하는 면역세포의 현미경 영상이 잡힌 건 처음이다.
이 발견은 안구의 감염 퇴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로 기대된다.
논문의 제1 저자인 뮐러 교수는 "안구 조직에 상주하는 기억 T세포가 각막으로 이동해 장기간 머문다는 걸 확인했다"라면서 "건강한 각막엔 T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해했던 건 이제 재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HPV 같은 바이러스가 각막에 감염하면 영구적으로 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인간의 눈이 위험한 감염증을 물리치는 자기방어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 결과의 의미는 이 밖에도 많다.
뮐러 교수는 "우선 안구 건조증이나 눈 알레르기 같은 만성 질환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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