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만발언' 또 번복…잦은 언급 탓 '정책변화'에 무게(종합)
'대만 군사개입' 시사했다 논란 일자 "전략적 모호성 폐기 아냐"
NYT "습관적 주워담기"…CNN "국제 환경 재편·중국 정책 변화"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대만이 침공받을 경우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던 자신의 발언을 또 번복하며 비판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안보 환경에 근본적 지각 변동이 발생했고 비슷한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정책 변화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일본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담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폐기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정책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어제도 그렇게 말했다"고 해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선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과 '하나의 중국' 정책에 합의했다. 하지만 대만이 무력으로 점령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적절하지 않다"며 "(대만 침공은) 지역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비슷한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원고에 없던 이 같은 돌발 발언 직후 백악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미국의 대만 관련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진화에 진땀을 흘렸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정책에 있어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하고 일방적인 현 상태의 변화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는 다르다"라며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대만 관계법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는 단교할 때 대만관계법을 제정,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미국이 대만에 자기방어 수단을 제공할 근거를 두면서 전략적 모호성에 기반한 전략으로 중국의 군사행동을 억지해 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 방어를 시사하는 입장을 세 차례나 내놓았다가 논란이 되면 그때마다 이를 번복해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돼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CNN이 주관한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논란을 샀고, 같은 해 8월에도 비슷한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열강의 약소국에 대한 무력 침공 가능성이 2차 대전 이후 가장 높아진데다 대(對)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과 일본을 순방 중인 가운데 이 같은 발언을 해 한층 더 의미 있게 받아들여졌고 파장도 더 컸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은 적어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반적인 국제 환경이 무언가 바뀌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전쟁이 현실화하며 중국에 대한 셈법이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 역시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실수로 치부하지만, 일각에서는 상황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인식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문제만 나오면 즉흥적으로 정책 기조보다 강경한 발언을 내놓았다 뒤집는 오락가락 행보를 잇따라 보여 그 자체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대해 방향을 또 틀었고,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원고는 생각하지도 않고 말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번 바이든 대통령이 실제로 생각하는 바를 말할 때마다 백악관이 습관처럼 이를 주워 담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언 역시 이 같은 가장 최근 사례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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