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순방 취재기] 대규모 기자단 함께 움직이는 '세계 대통령'(종합)
연합뉴스, 바이든 4박5일 한일 순방일정 동행 취재
백악관, 내외신 가리지 않고 동행 기자단 신청 접수
(워싱턴·기자단 전세기·오산=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세계의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전세계적인 정치 이벤트다.
미국 대통령이 향하는 나라와 현지 방문지는 물론 일거수일투족 모두 일정을 함께하는 기자단을 통해 외부로 알려진다.
20∼24일 이뤄지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한국, 일본 순방에도 어김없이 백악관을 출입하는 전세계 언론사 수십곳이 동행했다. 연합뉴스도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한국, 일본 방문을 취재하는 동행 기자단에 등록해 일정을 함께 하고 있다.
미 백악관은 자국 대통령이 해외에 갈 때마다 동행 기자단 신청을 받는다.
동행 기자단은 미국 주요 언론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풀(pool) 기자단'과 미국에 주재하는 외신 특파원이 주가 되는 일반 기자단으로 나뉜다. 풀 기자단은 미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 동승해 이동한다.
대통령의 경호와 원활한 정보 제공을 고려한 백악관의 정책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특정 매체가 정보를 독점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어 순방 중에라도 풀 기자단을 교대로 운영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방문엔 풀 기자단엔 13명, 일반 기자단엔 연합뉴스 특파원 등 54명이 동행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세 차례 일반 기자단에 속해 해외 방문을 동행 취재했다는 한 일본 방송사 기자는 "백악관 동행 기자단에서 일본이나 중국 기자가 아닌 한국 기자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가을 이탈리아와 영국 등을 순방했을 때는 200명이 넘는 기자단이 동행했다고 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거나 일본 일정만 챙기는 기자도 있다"며 "정확한 수치는 파악되지 않지만 이들까지 합치면 실제 취재에 나선 기자의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 기자단이 타는 전세기는 에어포스원보다 반나절 이른 19일(미 동부시간) 밤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이륙했다.
기자단 전세기가 에어포스원보다 먼저 출발하는 것은 기자단이 방문 국가에 미리 도착해 취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이유다.
백악관은 3주 전 내·외신에 동행 취재 신청을 받는다. 신청할 때 한 명에 1만 달러(약 1천300만원) 안팎을 내야 하는 데 전세기 요금, 숙박비 등 모든 비용을 따져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기자단 전세기는 동행 언론사가 분담하는 방식이어서 일반 항공편보다 비용이 훨씬 더 비싸다.
백악관을 출입하는 한 외신기자는 "전세기 이용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며 "백악관 출장 때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때때로 개인별로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출국을 위한 행정 절차를 사전에 대행한 덕분에 전세기 탑승은 간단했다. 집결지인 공항 인근의 한 호텔에 모여 신분을 확인한 뒤 짐을 부친 뒤 버스에 나눠타고 전세기가 있는 활주로로 직행할 수 있었다.
비행기 탑승 전 거쳐야 하는 보안 검색은 없었다.
전세기는 한국시간 20일 오전 1시께 오산 미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방호복을 착용한 미군 병사가 비행기 바로 옆에 미리 마련해 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장으로 안내했다.
공군기지를 빠져나올 때도 출국 때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입국 절차나 보안 검사 없이 전세 버스를 타고 바로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기자단이 불편없이 최대한 신속히 움직일 수 있게 하려는 백악관의 꼼꼼함이 엿보였다.
입·출국장의 보안 검색보다 더 엄격한 것은 '보건 검색'이었다.
백신 접종완료 증명서는 필수 제출 서류였다.
미국을 출국하는 당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임을 확인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순방 일정 중에도 매일 자체 검사를 해 결과를 백악관 대변인실에 알려야 한다.
이번 취재를 준비하면서 미국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언론을 향한 문호가 한국보다 더 넓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
윤석열 정부 이전 한국의 청와대 기자단은 등록 기자와 출입기자단으로 나뉘었는데, 대체로 출입기자단에만 해외 순방 때 동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백악관의 경우 상시 출입 기자는 물론 국무부에 외신 기자로 등록된 외국 특파원에도 동행 취재 신청 자격이 있다.
대통령 순방 전 미 당국자들의 사전 답사팀에 기자단이 포함되는 것도 한국에서는 없는 모습이다.
이번에도 기자 2명이 사전 답사팀에 속해 바이든 대통령의 대략적 동선은 물론 일정별로 취재·보도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담은 자료를 방한 이틀 전 비보도를 조건으로 동행 기자단에 공유했다.
이번 순방엔 미국 언론사 외에 아시아 지역 언론사에서 파견된 기자가 상당수 일반 기자단에 포함됐다. 방문 지역이 한국과 일본이기 때문인 듯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아시아에서는 특히 일본 언론사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국가에 관계없이 동행 취재에 적극적이라고 귀띔했다.
순방 동행 기자단에 참가하면 질문할 기회를 얻거나, 평소에 만나기 힘든 미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를 비공개 행사에서 직접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동행한 어느 기자는 예전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비공개 리셉션에 나온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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