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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발언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이효섭 플랫팜 대표
성인용품 앱 만들다 좌절…이모티콘 솔루션 '모히톡'으로 성공
베트남 이모티콘 시장 급속 성장…캐릭터 IP로 비즈니스 확장
"한국 크리에이터 수준 높아…이모티콘 없는 세상, 상상 못 해"

[※ 편집자 주 = '스타트업'(Start-Up)은 무한한 성장을 향해 질주하는 신생 기업입니다. 제대로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도록 하려면 중앙·지방 정부 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주변의 애정 어린 관심이 절실합니다. 연합뉴스는 미래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될 스타트업을 세우고 키워나가는 CEO들을 만나 도전과 좌절, 그리고 극복 과정 등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는 '스타트업 발언대' 연재를 시작합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재밌는 걸 해라!"
직원 20명 남짓의 이모티콘 플랫폼 스타트업인 플랫팜을 이끄는 이효섭(39) 대표는 늘 재미가 있는 일을 좇는다고 했다.
그의 꿈은 미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디자인하는 영역에서 세계적으로 당당한 입지를 구축한 기업인으로 크는 것이다.
플랫팜은 삼성벤처투자, 유니온투자파트너스, 인포뱅크 등으로부터 총 40여억 원을 유치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성장·도약 단계(한국콘텐츠진흥원 분류)의 스타트업이다.
주력 아이템은 이모티콘을 사용자 맞춤형으로 추천하고 구매할 수 있는 모히톡 스토어(Mojitok store). 이 서비스의 기반은 움직이거나 멈춰 있는 이모티콘인 '움티'와 '멈티'가 끊임없이 탄생하는 공간 '스티커팜'(Sticker Farm)이고, 이곳에서 활약하는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이 모히톡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으로 볼 수 있다.
모히톡 스티커팜에는 이모티콘을 디자인하는 크리에이터로 등록된 인원이 8천300명을 넘어섰다. 국적으로 보면 한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인이 가장 많다. 이들이 쌓아 놓은 이모티콘 콘텐츠는 23만 건에 달한다.


모히톡은 2020년부터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에 기본 탑재되기 시작해 작년을 기점으로 세계 최대 메신저 왓츠앱을 통해서도 서비스되고 있다.
베트남 최대 메신저 플랫폼인 VNG 잘로(zalo)와 파트너십을 맺어 자회사까지 두고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모히톡 이모티콘을 사용해 소통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매일 2천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2014년 설립된 플랫팜이 연이은 실패 후 디자인 테크 스타트업으로 재출발해 2018년 모히톡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 지 불과 3년여 만에 이룬 눈부신 성과다.
서울대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을 거친 이 대표가 처음부터 이모티콘 솔루션 사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복수의 벤처기업에 소프트웨어 연구원으로 입사해 5년 넘게 샐러리맨 생활도 경험한 그가 창업으로 인생의 행로를 전환한 것은 30대로 접어들면서 답답하게 느꼈던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이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인터랙티브라든가, 새로운 뉴미디어라든가, 그런 것들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었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배우다가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을 접하고 창업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이 대표가 상대적으로 편한 직장 생활을 접고 고생스러운 창업을 선택한 데는 '재미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부모님의 적극적인 권유도 큰 힘이 됐다.

이 대표가 첫 번째로 실패의 맛을 본 창업 아이템은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성인용품 판매 사업이었다. 건전한 성생활 정보 제공을 표방하며 이 사업을 위해 전용 앱 개발까지 마쳤지만 가게 터를 내주기로 했던 건물주가 계약을 파기하는 바람에 뜻을 접어야 했다.
그 후로 손댄 것이 건강 주스 등을 만들어 공급하는 '푸릇톡스'(Fruitalks) 사업이었는데, 한때 잘나가는 듯했던 이 사업도 결국엔 간판을 내리는 상황을 맞았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플랫팜이 입주한 서울창업허브 본관(마포구 소재)에서 응한 인터뷰에서 두 사업에 자신이 잘 아는 디지털 콘텐츠를 접목하면 변화시킬 여지가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봤지만 아이디어만 갖고 뛰어든 게 패착 요인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스타트업은 폭발적인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 이 대표가 이모티콘 플랫폼 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은 어찌 보면 순리였다.
"몇 차례 사업을 말아먹으면서 제가 창업자로서 제일 잘 다룰 수 있는 것이 시각적인 미디어 콘텐츠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어 이모티콘을 만들어 올리고 수익을 나누는 글로벌 차원의 오픈 플랫폼을 만들어 서비스하면 괜찮을 거라고 본 거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모히톡입니다."



이 대표는 채팅 앱인 카카오와 라인을 통한 이모티콘 성장세를 보면서 그런 흐름이 세계적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봤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시장이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셈이다.
이 대표는 텍스트 메시지 맥락에서 감정을 포착해 이모티콘을 자동 추천해 주는 기능의 모히톡을 앞세워 카카오 프렌즈 같은 인기 캐릭터를 키운다는 목표도 세워 놓고 있다.
당장의 계획으로는 왓츠앱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SNS) 운영사와의 콘텐츠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시장성이 검증된 캐릭터 IP(지식재산권)를 관리·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갈 방침이다.
시장 잠재력이 큰 베트남이 1차 공략 대상이다.
플랫팜의 유일한 해외법인으로 8명의 직원을 둔 베트남 법인은 올 1분기 매출이 작년 한 해 매출을 이미 넘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모티콘의 원조는 일본이다.
이모티콘을 뜻하는 말로 정착된 '이모지'도 일본어로 그림 형태의 문자를 뜻하는 '에모지'(?文字)와 연관돼 있다.
이 대표는 이모티콘 분야에서 원조국인 일본과 패스트 팔로어로 볼 수 있는 한국의 경쟁력에 대해 크리에이터 인력 규모로 볼 때 '한국 우세'라고 평가했다.
"스타일이 다르기는 한데 퀄리티(질) 면에서만 본다면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올리는 수준이 세계에서 1위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높다는 것이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어요."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를 자처하는 이 대표는 소통 수단으로 계속 진화할 이모티콘의 미래상에 대해 예상외로 "저도 잘은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전제한 뒤 이모티콘 없는 세상은 점점 더 상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모티콘은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활용되고 친숙하게 지내는 캐릭터가 됐어요."

※ 이 코너를 통해 경험담을 공유하고자 하는 스타트업 CEO 여러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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