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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종양이 젖산을 분비하면 주변에 어떤 일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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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종양이 젖산을 분비하면 주변에 어떤 일이 생길까
암 성장 돕는 섬유아세포 증가→우호적 종양 미세환경 조성
미국 웨일 코넬 의대 연구진, 저널 '셀 리포트'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 종양은 주변의 미세환경을 바꿔 자신의 생존과 성장에 유리하게 만든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현상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는 잘 몰랐다.
암 종양의 젖산(lactic acid) 분비가 이런 미세환경 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빠르게 성장하는 암 종양은 에너지 대사의 부산물로 다량의 젖산을 분비한다.
이렇게 주변에 풀린 젖산이 섬유아세포(fibroblast)의 변화를 유도했다.
젖산 세례를 받은 섬유아세포는 원래의 성질을 잃고 종양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 약칭 CAF(암 관련 섬유아세포)가 됐다.
장기 바로 아래의 결합 조직인 기질(基質ㆍstroma)에서 많이 발견되는 섬유아세포는 원래 손상 조직을 복구하고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현재 암 치료에 널리 쓰이는 PARP-1 억제제가 섬유아세포의 CAF 전환에 일부 관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PARP-1 억제제가 스스로 항암 효과를 떨어뜨리는 결점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웨일 코넬 의대(Weill Cornell Medicine)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오픈 액세스 저널 '셀 리포트'( Cell Reports)에 논문으로 실렸다.





사실 CAF가 종양 미세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전립선암, 폐암, 대장암 등 많은 유형의 암 종양 주변에선 이런 변성 섬유아세포가 많이 관찰된다.
CAF는 암 종양에 성장 인자와 핵심 대사물질을 제공한다. 또 암 종양이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게 돕기도 한다.
CAF의 조력을 받은 암 종양은 치료제 내성이 커지면서 점점 더 심한 악성 종양으로 변한다.
이번 연구의 최대 성과는 종양 주변의 평범한 섬유아세포가 CAF로 전환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이다.
코넬 의대 연구팀이 p62라는 특별한 단백질을 발견한 건 몇 년 전이다.
섬유아세포 내에서 생성되는 이 단백질은 보통 CAF 상태로 변하는 걸 억제한다.
그런데 암 종양은 섬유아세포의 p62 생성을 줄여 CAF 상태로 변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암 종양이 다량의 젖산을 분비한다는 게 이번에 새로이 확인됐다.
젖산이 섬유아세포의 CAF 전환을 이끄는 주범이란 뜻이다.
젖산은 근육 세포가 글리코겐(포도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이다. 강도 높은 운동 후에 근육 피로를 느끼는 것도 젖산 때문이다.
빠른 성장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진행암에선 종종 이런 유형의 에너지 생성 과정이 과잉 활성화된다.
연구팀은 전립선암 세포를 모델로 한 실험에서, 종양 분비 젖산이 섬유아세포의 정상적인 물질대사를 교란하는 분자적 연쇄 작용을 상세히 확인했다.
이를 거치면 p62 단백질 코드를 가진 유전자(p62 유전자)의 발현도가 낮아지면서 종양에 유리한 CAF 상태가 활성화했다.
이 발견은 주요 암 촉진 경로를 소상히 밝혔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발견은 항암 작용을 하는 PARP-1 억제제와 관련된 것이다.
암 종양이 분비한 젖산이 섬유아세포의 p62 생성에 제동을 걸려면 DNA 복구 효소인 PARP-1의 억제가 선행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ARP-1 억제제로 분류되는 일군의 항암제가 종양에 우호적인 미세환경을 조성해 스스로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계열의 항암제인 '올라파립'(olaparib)을 인간의 암세포와 생쥐 모델에 시험해, 섬유아세포의 p62 억제, CAF 상태 전환, 암세포의 내성 강화 등 일련의 연쇄 작용을 확인했다.
CAF의 유전자 프로그램을 암과 무관한 것으로 다시 짤 수 있다면 PARP-1 억제제의 항암 효능이 대폭 증강될 거라고 과학자들은 지적했다.
현재 연구팀은 몇몇 유형의 CAF 차단제를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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