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수요위축 '부메랑' 우려…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정유업계
정제마진 초강세에 정유사 '빅4', 1분기 역대급 실적 기록
중국 도시봉쇄 등 불안 요인 상존…수요 위축땐 실적 악화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국내 정유업체가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였다.
유가가 오르면 석유제품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는데 경기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자칫 유가 상승이 수요 급감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096770],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010950] 등 국내 4대 정유업체는 1분기에 역대 최대실적을 거뒀다.
GS칼텍스는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1조2천892억원, 영업이익 1조81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각각 75.6%, 70.9% 증가한 것으로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올해 1분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냈다.
SK이노베이션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1분기에 매출 16조2천615억원, 영업이익 1조6천49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연결기준으로 올해 1분기에 매출 7조2천426억원, 영업이익 7천45억원을 나타냈는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에쓰오일도 올해 1분기에 매출 9조2천870억원, 영업이익 1조3천320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 유가 고공행진에 정제마진도 초강세…실적 개선 견인
정유업계가 이처럼 호실적을 낸 것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평가 이익 증가와 정제마진 개선 덕분이다.
정유업체 입장에서 유가 상승은 분명 호재다. 정제마진이 커지면 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이를 다시 휘발유·경유 등으로 만들어 파는데 정제마진이란 최종 석유제품의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마진을 말한다.
정제마진은 정유사별로 다르지만 4∼5달러를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정제마진이 4∼5달러 이상이면 수익이, 그 이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만큼 정제마진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전주(20.0달러)보다 4.2달러 오른 배럴당 24.2달러를 기록했다.
연초인 1월 첫째 주(5.9달러)보다 18.3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2.4달러)과 비교하면 21.8달러나 오른 것이다.
◇ 러-우크라 사태 여파 등으로 정제마진 당분간 초강세 전망
그러나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소비 지출이 줄어들어 정유사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충분히 전가할 만큼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실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유가가 완만하게 안정적으로 오르고 수요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유가가 급히 오르면 그만큼 급히 떨어지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재고 손실이나 마진 하락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시장의 수요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도시 봉쇄로 올해 수요 전망의 눈높이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면서 "또 미국이 급격히 금리를 올리고, (그래서) 산업생산이 위축되면 석유제품 수요도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 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올해 1월 737만3천배럴에서 2월 631만3천배럴, 3월 588만8천배럴로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3월 휘발유 소비량은 지난해 3월(651만2천배럴)과 비교해도 9.6%가량 줄어든 것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당분간 정제마진이 초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험해보지 못한 정제마진 강세가 2개월째 유지되고 있다"며 "오히려 단기 '피크 아웃'(Peak-Out·정점 통과)이 없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중·장기 원유 및 정제유의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발전용·군용 수요가 개선되고 있다며 아울러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회복도 정제마진 강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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