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컨소시엄 선정으로 한고비 넘긴 쌍용차 매각…이번엔 회생하나
자금력 뛰어난 KG컨소시엄 '새 주인' 유력…"안정적 지원 필수"
미래차 전환 등 회생안 인가 여부는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쌍용차[003620]의 '새 주인 찾기'가 13일 KG그룹-파빌리온PE 컨소시엄의 인수 예정자 선정으로 한고비를 넘게 됐다.
에디슨모터스로의 매각이 무산된 지 2개월만으로,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한 쌍용차에는 마지막 동아줄과 같은 기회인 셈이다.
향후 공개 입찰 과정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후보자가 나오면 최종 인수자가 바뀌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KG컨소시엄보다 더 나은 업체가 없을 것으로 보여 인수가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이에 자동차 제조 이력이 전무한 KG그룹이 '기업회생의 대가'로 불리는 곽재선 회장의 지휘 아래 쌍용차를 어떤 방식으로 회생시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KG컨소시엄 선정에 한고비 넘은 매각…"안정적 자금지원 필수"
지난했던 쌍용차 매각 과정은 대주주였던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그룹의 투자 철회로 쌍용차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2020년 12월부터 시작됐다.
법원은 이듬해 4월 쌍용차 회생절차를 개시하며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했고, 이에 쌍용차는 EY한영회계법인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해 입찰 절차를 개시했다.
이후 3개 업체 간 경쟁 끝에 그해 11월 국내 전기버스 전문업체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매출 규모 면에서 쌍용차의 33분의 1에 불과했던 에디슨모터스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부터 '새우가 고래를 품는 격'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또 부채와 정상화 금액이 최소 1조5천억원까지 예상되는 쌍용차 인수금액으로 고작 3천억원 가량을 써내 자금 동원력에도 의문에 제기됐다.
결국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채권단 및 노조와 반목을 거듭하다가 지난 3월 인수금액 잔금 2천743억원 납부에 실패했고, 이후 쌍용차는 계약해지 통보 후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재매각에 나섰다.
KG그룹 컨소시엄, 쌍방울그룹, 이엘비앤티가 입찰에 참여한 결과 가장 많은 9천억원을 써낸 KG컨소시엄이 이날 최종 승자로 선정됐다.
쌍용차는 이르면 다음 주 KG그룹 컨소시엄과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한 뒤 본입찰 진행 후 오는 7월 초 최종 인수자와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차에 남은 기간이 많지 않은 만큼 KG컨소시엄이 진정성 있게 안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쌍용차에는 이번이 최후의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인수후 정상화 쉽지 않아…'新분야 진출 성공' KG에 대한 기대 커
KG그룹 컨소시엄이 조건부 인수 예정자로 선정되긴 했지만 최종 인수 후에 쌍용차를 정상화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는 화학 사업에 기반해 M&A로 성장해온 KG그룹이 최종 인수자가 될 경우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인 쌍용차와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업계는 KG컨소시엄의 자금력을 고려하면 쌍용차의 안정적 인수는 일단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날 예정된 한국거래소의 쌍용차 상장 유지 여부 결정에 KG컨소시엄의 자금 동원력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비료회사인 경기화학을 모태로 1985년 설립된 KG그룹은 현재 KG스틸[016380], KG케미칼[001390], KG이니시스[035600], KG모빌리언스[046440], KG ETS[151860] 등 국내 21개·해외 8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는 5조3천464억이며 매출은 4조9천833억원이다.
KG그룹은 계열사인 KG스틸홀딩스와 사모펀드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 인수에 나섰고, 막판에 사모펀드 파빌리온PE도 가세해 자금 동원에는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4천억원에 달하는 데다 최근 KG ETS 환경에너지 사업부를 매각해 5천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다만 KG컨소시엄이 채권단을 만족시킬 회생안을 내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자동차 제조 경험이 전무한 가운데 미래차 전환에 대비한 전문성 확보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턱없이 부족한 자금력에도 전기차 기술력을 내세워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바 있다.
물론 전통 사업 기반과는 무관한 분야로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해 성공을 거둔 경험은 쌍용차 인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KG그룹은 2019년 동부제철(현 KG스틸)을 인수한 뒤 이듬해 상반기에 12년 만의 경상이익 흑자 전환이라는 성과를 끌어냈다.
더욱이 동부제철은 과거 쌍용차에 부품을 납품한 이력도 있는데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KG그룹이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친환경 사업 등 자동차와의 접목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활용해 쌍용차의 미래차 전환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KG컨소시엄이 완전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노조와 어떤 타협을 이뤄낼지도 관건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상하이차나 마힌드라는 내연기관차 단계의 인수였지만 미래차 전환 시기에 이뤄진 KG컨소시엄의 쌍용차 인수가 과연 어떻게 추진될지가 관건"이라면서 "고용승계 문제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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