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대전 '유물' 맥심기관총, 100년 뒤 우크라전 효자됐다
수랭식으로 장시간 사격 가능…'고물단지' 조롱에도 장점 발휘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1차 세계대전 유물이나 다름없는 기관총이 드론과 대전차미사일 등 첨단무기가 주목받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여전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제국의 일부였던 1910년에 도입한 맥심 M1910 기관총으로 러시아군에 맞선다고 보도했다.
맥심 M1910은 영국 발명가 하이럼 맥심이 1883년에 특허 낸 세계 최초의 완전 자동식 기관총이다.
초기 기관총인 개틀링건은 6개의 총열을 손으로 돌려야 했지만 M1910은 탄환을 발사할 때 발생하는 가스의 압력이 다음 탄환을 자동으로 장전하는 방식이다.
사수를 보호하는 철제 방패와 견인용 바퀴는 다른 기관총과 쉽게 구별되는 특징이다.
중량은 68㎏으로 현대 기관총보다 훨씬 무겁고 휴대하기도 어렵다.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PKM 기관총의 중량은 M1910의 5분의 1이 안된다.
이에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가 최신 무기가 없어 고물단지를 쓴다고 조롱하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기관총은 탄환을 빠른 속도로 발사할 때 발생하는 열로 총열이 과열되지 않도록 하는 냉각 기술이 중요하다.
맥심 M1910은 총열을 물로 식히는 수랭식이라 과열 우려 없이 장시간 사격할 수 있어 1차 세계대전 참호전에서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제 PKM은 수랭식이 아니라 1분만 사격해도 총열이 너무 뜨거워져 변형되거나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는데도 탄환이 발사되는 쿡오프(cook off)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2012년 감사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1920∼1950년에 생산한 M1910 3만5천정을 보유했다.
이번 전쟁에서는 몇 자루만 실제 사용하는 모습이 목격됐지만, 고정된 방어지점이나 요새에서 효과를 입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2016년 인터뷰에서 맥심 M1910이 1㎞ 거리에서 매우 정확하고 3㎞까지 효과적이라며 더 최신 무기와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부는 개량을 거쳐 최신 전자 조준경을 장착한 사진이 소셜미디어(SNS)에 돌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 외에 이 기관총을 공식 채택한 정규군은 없지만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반군이 사용하고, 시리아와 베트남 등 분쟁지역에서도 등장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도 2011년 러시아제 PKM의 복제품을 개발하려고 했지만 400m 밖의 표적을 조준하지 못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해 설계를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여러 외제 기관총을 수입했으며 우크라이나 기술자들은 파괴한 러시아 차량에서 노획한 기관총을 보병용으로 개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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