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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수장고서 150년 만에 빛 본 오리너구리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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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수장고서 150년 만에 빛 본 오리너구리의 항변
"이상하지도 않고 열등동물도 아냐"…알 낳는 포유류 입증 첫 표본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오리너구리가 포유류지만 알을 낳는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생물학의 기본 상식이 돼 있다.
하지만 19세기 말만 해도 모든 포유류는 어미의 태반에서 일정 기간 자란 뒤 태어나는 태생(胎生)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알을 낳는 오리너구리의 존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뜨거운 논쟁적 사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동물학자 윌리엄 콜드웰(1859∼1941)이 호주 현장 조사에서 수집해 알 낳는 포유류의 존재를 입증한 표본들이 거의 150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케임브리지대학에 따르면 오리너구리와 또 다른 알 낳는 포유류인 바늘두더지 표본들은 이 대학 동물학박물관 창고에 처박혀 있다가 최근 박물관장보(補) 잭 애시비가 호주 포유류에 관한 새 저서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수정란부터 어린 개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에 걸쳐 수집된 콜드웰의 표본들은 알을 낳는 포유류의 존재를 입증하고 과학적 사고의 틀을 바꾸며 관련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후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지조차 확인이 안 될 만큼 잊힌 상태로 작은 병에 담겨 상자에 보관돼 왔다.
애시비는 콜드웰이 최초로 오리너구리와 바늘두더지의 생의 모든 단계에 걸쳐 표본을 수집해 전부는 아니라도 박물관에 표본 일부가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소장품을 조사했으며, 3개월만에 이를 찾아냈다.
오리너구리와 바늘두더지는 1790년대 말에 유럽인들에게 처음 알려졌지만, 포유류는 태생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당시 학자들은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애시비는 "한 동물 그룹이 다른 동물로 바뀔 수 있다는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라 19세기의 많은 보수적 학자들은 알을 낳는 포유류의 존재를 믿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유럽 동물학자들이 호주 원주민의 증언을 포함해 알 낳는 포유류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 본국에 보냈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일축만 될 뿐이었다.
결국 콜드웰이 1883년 영국 정부와 왕립학회, 케임브리지대학 등으로부터 상당한 연구비 지원을 받아 알 낳는 포유류를 둘러싼 100년 가까이 된 미스터리 풀기에 나섰다.
그는 원주민의 도움을 받아 약 1천400개의 표본을 수집했으며, 이듬해 복부 주머니 안에 알을 가진 바늘두더지와 둥지에서 알을 품는 오리너구리, 알을 낳기 직전의 오리너구리 등의 표본을 확보했다.
이는 알 낳는 포유류와 관련해 찾아온 명확한 증거로, 대영제국 학계도 자신들이 파견한 학자에게서 나온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애시비는 지난 두 세기에 걸쳐 과학자들은 오리너구리와 바늘두더지를 이상하고 열등한 동물로 일관되게 묘사해 왔다면서 이런 언어들이 현재에도 영향을 미쳐 이들 종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리너구리와 바늘두더지는 많은 역사적 설명이 묘사하듯이 이상하지도 않고 원시적인 동물도 아니다"라면서 "이들도 다른 동물들처럼 진화를 해왔으며, 알 낳는 것을 멈추지 않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바늘두더지는 현재 호주 곳곳에 퍼져 눈 덮인 산부터 사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후에 적응해 살고 있으며, 오리너구리는 전기를 감지하고 독을 생성하는 몇 안 되는 포유류로 꼽히고 있다.
애시비는 관련 저서 '오리너구리: 호주 포유류들의 특별한 이야기'(Platypus Matters: The Extraordinary Story of Australian Mammals)를 12일 출간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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