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경제난 속 친정부 세력·시위대 충돌…통금·軍 투입
"친정부 측 쇠막대 무장·20명 부상"…경찰 최루탄 대응·군병력도 동원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스리랑카에서 정부 지지자와 반정부 시위대 간 충돌이 발생, 정부가 수도 콜롬보 일부 지역에 통행금지령을 발동하고 군병력도 투입했다.
9일(현지시간) 뉴스퍼스트 등 스리랑카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콜롬보의 대통령 집무실 인근 등 반정부 시위 현장에 정부 지지자 수백명이 몰려와 양측 간에 충돌이 일어났다.
쇠막대와 곤봉 등으로 무장한 정부 지지자들은 반정부 시위대가 설치한 텐트 등을 철거하며 공격했다.
AFP통신은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 과정에서 20명 이상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비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고 당국은 곧이어 콜롬보 남부, 북부, 중부 등 일부 지역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동시에 무장한 군인 수백명도 콜롬보로 투입됐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충돌과 관련해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폭력은 폭력을 불러올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라"며 시위대에 자제를 촉구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달 초부터 대통령 집무실 인근 광장에 텐트 등을 설치하고 대체로 평화롭게 시위를 이어왔다. 시위대는 현장에서 구호를 외치며 현정권의 퇴진을 요구했고 주말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시위 현장을 찾기도 했다.
다만, 시위와 파업 등이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 7일부터 국가비상사태까지 발동한 상태다.
그럼에도 시위는 이어졌고 최근 콜롬보에서는 연료난을 해소하라며 시민들이 가스통으로 큰길을 막기도 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연합(SJB)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및 현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1948년 독립 후 최악이라고 불리는 경제난에 직면했다.
결국 스리랑카는 지난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510억달러(약 65조원)에 달하는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당국은 인도, 중국,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WB) 등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빌려와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총리도 내정에 상당한 권한을 갖는 등 의원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체제를 운용 중이다. 고타바야 대통령과 마힌드라 총리는 형제 사이로 라자팍사 가문이 정권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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