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시대 숲·바다보다 강한 탄소저장고 습지를 살려라
1% 채 안 되는 면적에 20% 저장…파괴되면 탄소배출원 역할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의 습지는 통틀어 1%가 채 안 되지만 온실가스의 20% 이상을 저장하고 있다.
이런 습지가 경작이나 개발을 위해 파괴되면서 탄소저장고를 잃는 것을 넘어 수백, 수천 년간 가둬뒀던 탄소가 공기 중에 노출되며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원이 되는 상황에 처했다.
이 때문에 습지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전개돼 왔지만 성공률이 높지 않았는데, 과학자들이 습지 식물의 특성을 활용한 복원 전략을 제시했다.
영국 듀크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해양보전생물학 교수 브라이언 실리먼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습지에서 CO₂가 배출되는 것을 막고 습지의 원래 탄소 저장력을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습지가 강력한 탄소 저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습지에 서식하는 식물의 뿌리와 줄기가 서로 밀집해 영양분을 가둬두고 생장에 이용하면서 토양이 마르거나 침식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이탄 습지에서는 물이끼나 갈대 등으로 된 살아있는 '초탄'(草炭·feat moss)이 표면을 스펀지처럼 덮어 많은 양의 빗물을 머금음으로써 밑에 쌓인 죽은 초탄을 영구적으로 수장하는 역할을 한다. 최대 10m까지 축적되는 죽은 초탄이 위에 쌓이는 새로운 초탄으로 인해 썩지않고 CO₂을 방출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두 과정의 특성을 활용해 줄을 맞춰 일정한 간격을 두고 습지 식물을 심는 대신 대규모 지역을 한꺼번에 복원하며 고밀도로 심는 방안을 제시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네덜란드 '왕립 해양연구소'의 티이세 반 데르 하이데 교수는 "습지 복원 노력의 절반 이상은 식물의 습지 경관 형성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실패했다"면서 식물을 열을 맞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심는 것이 논리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비생산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식물의 습지 경관 형성 특성을 모방하거나 대규모 지역을 한꺼번에 복원할 때, 고밀도로 심을 때 복원 성공률이 훨씬 높았다"고 했다.
실리먼 교수도 "새 전략은 파괴된 습지를 훨씬 더 큰 규모로 복원하고 탄소를 지속해서 저장하며 다른 생태적 서비스도 제공할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구에서 CO₂를 가장 많이 저장하고 있는 곳은 숲과 바다로, 습지는 그다음이지만 제곱미터 당 저장량에서는 습지가 숲의 5배, 바다의 500배로 단연 앞선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습지가 파괴되면서 배출하는 CO₂가 지구 전체 연간 배출량의 5%에 달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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