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총리 체포' 버진아일랜드 직접 통치 시도…주민 반발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미국의 함정수사에 걸려 마약 밀수 혐의로 총리가 체포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대해 영국이 직접 통치할 것을 시도하고 있으나 주민 반발에 직면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진아일랜드의 앤드루 포히 총리는 지난달 말 미국에서 멕시코 마약 카르텔로 위장한 마약단속국(DEA)에 속아 코카인 밀수와 돈세탁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어 영국이 버진아일랜드를 통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이 보고서에는 버진아일랜드 정부가 광범위한 사기 계약에 연루됐으며 정부 부패가 심해 헌법을 폐기하고 의회를 해산한 뒤 영국이 이 섬나라를 통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보고서의 출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이 임명한 존 랜킨 버진아일랜드 총독은 포히 총리의 체포와 문제의 보고서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지 매체 BVI뉴스에 따르면 아만다 밀링 영국 해외영토부 장관이 버진아일랜드 정치인들을 만나기 위해 수도인 로드 타운을 방문했으나, 수백 명의 시위대가 "나는 자유롭게 태어났다" "영국 직접 통치 반대"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카리브해 영국령 국가들의 온라인 회의 '테리토리스 톡'을 주재하는 버뮤다의 크리스토퍼 페이머스 의원은, 만약 영국이 직접 통치를 강행하는 것은 매우 도발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바베이도스는 최근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국가수반 지위를 박탈하고 명실상부한 공화국이 됐고, 자메이카와 바하마도 이 선례를 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이들 연안의 영국령 국가들은 심지어 영국이 자신들을 노예로 부린 데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페이머스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영국이 버진아일랜드에 대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하려는 것은 "영국령 국가들의 반식민 감정에 영국이 얼마나 둔감한지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버진아일랜드 주민 수는 약 3만 명에 불과하지만, 이곳에 등록된 기업 수는 약 4천 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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