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42%↑·치킨 9%↑…금리 오르는데 생활물가까지 급등
서민 살림살이 '비상등'…3월 가계대출 금리 근 8년 만에 최고
새 정부, 시작부터 시험대…추경호 "민생 안정 최우선"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곽민서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년 6개월 만에 4.8%까지 오르면서 서민의 살림살이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 같은 고물가는 결국 추가적인 금리 상승을 부를 수밖에 없어 괴로움이 가중되는 구조다.
통계청은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를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4.8%는 물가 거품이 심각했던 금융위기 직전(2008년 10월) 수준을 의미한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도 5.7% 올랐다. 역시 2008년 8월(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34.4% 뛰어올라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서민의 연료인 경유 가격이 42.4%나 급등했다. 휘발유(28.5%)와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29.3%) 가격도 크게 올랐다.
빵(9.1%)을 비롯한 가공식품 가격도 7.2% 올랐다.
이에 따라 석유류와 가공식품을 포함한 공업제품(7.8%) 물가는 2008년 10월(9.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유류나 빵 등 품목의 가격 상승은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다. 국제유가와 곡물가격이 오르면서 이런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도 타격을 입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라는 점이 문제다.
공공서비스 가격도 치솟았다. 지난달 국제유가에 연동되는 기준연료비가 인상되면서 전기료가 11.0% 올랐고, 일부 지자체가 가스 요금을 올린 영향으로 도시가스(2.9%)도 상승했다.
공공서비스는 일종의 원재료 성격인 만큼 다른 상품·서비스의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이끌게 된다.
농축수산물(1.9%)도 전월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특히 수입 쇠고기(28.8%)와 돼지고기(5.5%), 국산 쇠고기(3.4%) 등 축산물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개인서비스의 경우 외식(6.6%)을 중심으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품목별로는 생선회(외식)가 10.9% 올랐고, 치킨도 9.0% 급등했다.
이처럼 고물가가 지속될 경우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점도 민생에는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를 보면 3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98%로 한 달 새 0.05%포인트(p) 높아졌다.
2014년 5월(4.02%)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일 기준으로 다시 연 3%대를 넘어선 상황이다.
시장금리 상승은 은행의 조달 비용을 늘려 각종 대출상품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시차를 두고 변동금리부 대출금리가 더 오른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역시 성장보다 물가에 대해 더 큰 우려를 표명하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상황이다.
물가와 금리 등 민생의 악화로 새 정부는 시작부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생활물가 안정은 그 어느 현안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라면서 "현 경제팀은 물러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하는 가운데 성장세는 약화하고 서민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있다"면서 "(부총리로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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