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7월 선거서 개헌 호소…자위대 위헌 논쟁에 종지부"
산케이 인터뷰서 헌법에 자위대 명기 추진 밝혀
요미우리신문 "안정 정권 확립하면 첫 개헌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올여름 참의원 선거 때 개헌을 중요 공약으로 내걸고 실현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일본의 헌법기념일인 3일 보도된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선거(7월 참의원 선거를 의미함)에서도 개헌을 호소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권 자민당 총재를 겸직하는 기시다 총리는 "개헌은 당시(黨是, 당의 확정된 기본 방침)다. 헌법은 시행 75년이 지나 시대에 어울리지 않으며 부족한 내용도 있다. 꼭 개헌하고 싶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자민당이 앞서 내놓은 개헌 4개 항목 중 헌법 9조에 자위대 명기하는 것에 관해 "자위대는 위헌이라는 논쟁이 지금도 존속하는 것에 국민은 위화감이나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닌가"라며 "자위대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정중하게 설명을 계속하고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는 등 긴급 상황에서 입법을 대신할 정령(政令)을 내각이 제정하거나 국회의원의 임기를 연장할 수 있게 하는 긴급사태 조항 신설도 필요하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긴급 시에 국회의 기능을 유지하고 국가나 국민의 역할을 확실하게 명기해 두는 것은 유사(有事, 전쟁이나 큰 재해 등 긴급사태가 벌어지는 것) 대비로서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개헌을 위해 "공명당을 비롯해 다른 정당에도 긍정적인 대응을 기대한다"며 다른 정당과 협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군사력 증강,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으로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최근 일본 주요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개헌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보다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하순 전국 유권자 3천 명(유효 응답자 1천892명, 회수율 63%)을 상대로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에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6%를 기록했다. 반면 개헌이 필요 없다는 의견은 37%에 그쳤다.
작년 조사 때보다 개헌 찬성 의견이 11%포인트 상승했고 반대 의견은 7%포인트 하락했다. 2013년 우편 조사를 시작한 후 개헌 찬성 의견이 가장 높은 수준에 달했다.
교도통신이 지난 3∼4월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에서도 개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은 68%로 필요 없다는 응답(30%)의 두 배를 웃돌았다고 도쿄신문이 1일 보도했다.
개헌을 지지하는 이들은 '헌법 조문이나 내용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61%)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국회가 헌법에 관해 논의하기를 바라는 주제를 3가지 선택하게 했더니 헌법 9조와 자위대의 존재 방식(43%), 대재해 발생 시 등 긴급사태 조항(38%), 교육 충실·무상화(35%)가 상위를 차지했다.
전쟁 포기, 전력(戰力) 비보유를 규정한 헌법 9조에 대해선 개정을 지지하는 의견(50%)과 지지하지 않는 의견(48%)이 팽팽했다.
자위대를 헌법에 명시하기 위해서 개헌하는 방안을 찬성하는 이들은 크게 늘었다.
자민당이 헌법 9조의 전쟁 포기, 전력 비보유를 유지하되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응답자 67%가 찬성했고 30%가 반대했다. 교도통신의 작년 여론조사에서 비슷한 질문에 찬성 답변이 56%였던 것과 대비된다.
근래에 개헌에 가장 의욕을 보인 정치인은 아베 신조 전 총리였으나 역설적으로 그가 재임하는 동안 개헌에 대한 경계감이 높았으며 그의 정치 수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강했다.
결국 아베는 개헌 찬성파가 중·참의원 양쪽에서 3분의 2를 넘겨 발의 요건을 충족한 상황에서도 개헌안을 발의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비교하면 헌법 개정에 소극적인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최근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개헌에 대한 의욕을 부쩍 드러내고 있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참의원 선거 이후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할 생각이라면서 "안정된 정권을 확립하면 첫 헌법 개정이 사정권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3일 전망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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