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산소마스크…고양이 13마리 구한 싱가포르 소방관들
"14마리 있다" 주인 호소에 연기 뚫고 열화상 장치로 찾아내
산소마스크 씌우자 의식회복…심폐소생술 세마리 중 한마리 숨져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의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서 연기를 마시고 쓰러진 고양이 13마리를 구한 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화재 진압이라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고양이들에게 산소호흡기를 씌우는 것은 물론 심폐소생술까지 하며 생명을 구했다는 점 때문에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와 CNA 방송에 따르면 이번 일은 지난 21일 발생했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시내 다세대 주택의 한 2층짜리 가정집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집 안으로 진입하자 자욱한 연기가 시야를 가렸다. 다행히 사람은 없었다.
거실과 부엌에서 쓰러져 있는 고양이 몇 마리가 목격됐다.
이러던 중 경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주인과 연락이 닿았는데, 집에 사람은 없지만 고양이가 14마리나 있다는 게 이야기였다.
소방관들이 발화점을 찾거나 이웃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가운데 일부는 나머지 고양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자욱한 연기 때문에 앞을 보기가 힘든 상황에서 줄리엣 오 소방관은 애초 발화 지점을 찾으려 들고 있던 열화상 측정기를 이용했다.
연기로 가득 찬 집 곳곳을 비추자 측정기 모니터에 밝은 타원형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소방관들은 거실과 부엌에 축 늘어진 다수의 고양이들을 발견했다.
유독성 연기를 마셨기 때문인 듯 모두 죽은 듯 가만히 마룻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줄리엣 오 등 네 명의 소방관은 연기 속에서 인간 띠를 형성, 집 안에서 발견된 고양이들을 밖으로 신속하게 옮겼다.
그리고 연기를 피하기 위해 화재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계단 인근 평평한 곳에 고양이들을 눕혔다.
고양이들 얼굴에는 연기로 인해 검댕이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고양이들에게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소방관 마르코 림은 자신이 쓰고 있던 산소마스크를 벗어 이들의 얼굴 부근에 갖다 댔다.
이어 긴급의료팀에 더 작은 산소마스크와 산소탱크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축 늘어졌던 고양이들은 산소마스크를 쓴 뒤 몇 분만에 다행히 의식을 회복했고, 몇몇은 걸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세 마리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동물을 상대로 심폐소생술(CPR)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원리는 같다는 생각에 이들은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두 엄지손가락을 고양이 가슴에 대고 눌러 압박을 가했다.
침착하고도 신속한 조치 덕에 이 중 두 마리는 의식을 회복했다. 그러나 한 마리는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
10여분만에 화재를 진압한 나머지 소방관들도 의식을 찾은 고양이들의 얼굴과 발에 묻은 검댕을 닦아줬다. 그리고 주사기를 이용해 이웃들이 준 물을 고양이들에게 먹였다.
당시 이 모습을 누군가가 찍어 SNS에 올리면서 소방관들의 행동에 칭찬이 쏟아졌다.
급하게 현장에 도착한 집 주인은 울먹이면서도 소방관들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고 오 소방관은 전했다.
그는 방송에 "고양이들이 건강한지가 더 걱정된다"면서 "당시 출동 목적이 생명과 재산을 구하는 것이었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했던 것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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