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美, '푸틴 참석' 예고에 G20 정상회의 대응 방안 고심
"평소처럼 할 순 없어" 강경 기류 속 "아직 6개월 남아" 신중론도
바이든 참석·하위급 파견·화상 참석 등 다각 검토 착수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 정부가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하면서다.
올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을 정상회의에 초청했고 그가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준비한다고는 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지 화상으로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참석할 경우 역시 G20 회원국인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한 공간에서 만나는 어색한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미국은 국제 질서를 깨뜨리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서 러시아 측이 발언할 때 미국은 항의의 뜻으로 퇴장한 바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국은 그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고강도 제재를 하고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대거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한데다 러시아를 G20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참석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현재로선 미 정부 내부 분위기는 강경하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CNN에 출연해 "푸틴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러시아를 고립시켰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계속 고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미 대표단의 참석 여부를 말할 수 없다면서도 "상황이 정상이 아닌데도 마치 정상인 양 국제사회 전체가 러시아를 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젤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국제사회 및 국제기구 참석과 관련해 평소처럼 할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역시 전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G20 회의의 일원이 돼선 안 되고 평소처럼 해서도 안 된다는 견해를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 정부 내 전체적인 기류가 강경한 가운데 신중한 검토 분위기도 읽힌다.
CNN은 "미 정부가 아직 6개월의 시간이 남아있기에 신중하게 여러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행사를 건너뛸 경우와 러시아의 참석을 마지못해 용인할 경우의 부정적인 측면을 다각도로 숙고 중"이라고 전했다.
사키 대변인도 강경 입장을 밝히면서도 "아직 6개월이 남았다"고 여지를 남겼다.
미국이 G20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고 러시아와 중국 현안 등 국제사회 이슈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의 참석을 이유로 미국이 회의에 불참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CNN은 백악관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하되 고위급을 배제하거나 원격 참석 방안 등을 포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의 직접 참석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의 참석 여부도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코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번 회의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일부 국가의 반대로 러시아를 G20에서 퇴출하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를 회의에 참석시켜 참관토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희망대로 러시아를 G20에서 퇴출하기는 쉽지 않다.
G20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려면 회원국 합의가 필요한데, 인도네시아가 푸틴 대통령을 이번 G20 회의에 공식 초청했고 역시 회원국인 중국이 러시아 퇴출에 거부할 것이 분명하기에 퇴출 구상은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CNN은 이런 관측을 전하면서 "러시아가 과거 크림반도를 병합한 후 G8에서 추방됐을 때와는 다른 시나리오"라며 "이는 정상회의 준비를 복잡하게 한다"고 전했다.
G8의 전신은 미국, 영국, 프랑스, 서독, 일본이 1975년 출범시킨 G5다.
이듬해 이탈리아와 캐나다가 합류하면서 G7이 됐고, 1997년 러시아가 참여하면서 G8으로 확대됐다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으로 러시아가 제외되면서 다시 G7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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