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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폭동 30년] ② '美의 난치병' 인종차별과 증오범죄…불씨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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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폭동 30년] ② '美의 난치병' 인종차별과 증오범죄…불씨는 남아 있다
2년 전 플로이드 사건 때 'LA 폭동 트라우마' 소환돼 자경단까지 재등장
"흑백 갈등 해결 안 돼 불똥 튈 수도"…증오범죄 대응도 '발등의 불'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이 미주 한인 사회에 남긴 외상은 대부분 치유된 듯 보인다.
하지만, 그날의 비극은 여전히 한인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그만큼 LA 폭동은 새로운 꿈을 꾸며 미국 땅에서 정착한 한인들을 좌절로 몰아넣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한인들은 LA 폭동을 계기로 너나 할 것 없이 정치력 신장에 나섰고, 연방 하원의원 4명을 배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계라는 폐쇄적 소수민족사회에서 벗어나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국 사회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시민의식이 자양분이 됐다.
'코리안 아메리칸'의 역할과 목소리가 미국 사회에서 커지면서 LA 폭동 때처럼 한인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LA 한인타운의 경우 거주민의 인종 구성이 변화하면서 한흑 갈등이 발생할 여지도 줄었다.
당시 폭동의 진원지이자 흑인 집단거주 지역인 사우스 LA에서 한인들은 주류판매점과 식료품점, 옷가게, 미용실, 세탁소 등을 운영했다.
당시 흑인 사회는 자기 동네 상권을 한인들이 장악해 경제적 이익만을 취한다는 그릇된 인식이 만연했다.

하지만, 현재 사우스 LA 지역에서 최대 인구는 라틴계다. 이들은 중·남미에서 이주해 미국에 정착했고 한국계 미국인과 이민자라는 접점을 갖고 있다.
한인타운에서도 라틴계는 고객이자 상점 종업원, 이웃 주민으로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다만,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 차별의 역사는 한인 사회에 여전히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무엇보다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은 한인들에게 LA 폭동의 트라우마를 소환했다.
당시 LA 한인타운을 비롯해 필라델피아, 시카고, 워싱턴DC, 애틀랜타, 미니애폴리스 등지의 한인 상점이 약탈과 방화에 노출됐다.
LA에서는 30년 전 폭동을 겪었던 1세대를 중심으로 자경단이 꾸려지기도 했다.
다행히 시위 사태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평화 집회로 전환되면서 한숨을 둘렸지만,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한인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새삼 확인시켰다.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UC 리버사이드)의 장태한 소수인종학 교수는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인종 갈등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여서 불씨는 언제든 살아있다"고 진단했다.
흑인과 백인 간 빈부 격차, 흑인 사회의 열악한 교육 여건과 실업률, 흑인을 겨냥한 경찰의 폭력 등 4가지가 흑백 갈등을 조장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라고 설명했다.
여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퍼져나간 아시아 증오범죄는 한인 사회가 대처해야 할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팬데믹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됐다며 '차이나 바이러스', '쿵 플루'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미국 사회의 반(反)아시아 감정을 자극했다.
이후 코로나19 봉쇄령이 내려지고 생활고가 커지자 증오범죄 가해자들은 아시아계 노인과 여성 등 약자를 '분풀이' 타깃으로 삼았다.
미국 내 최대 차이나타운이 있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LA와 뉴욕 등 대도시에서 증오범죄가 확산했고, 도심 길거리와 대중교통 시설, 공원 등 공공장소마저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에는 공포의 장소가 돼버렸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증오범죄는 12년 만에 가장 많은 7천759건을 기록했다. 이중 아시아계를 겨냥한 공격 행위는 전년 대비 7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아시아 인권단체 연합기구인 아시아 퍼시픽 정책기획위원회가 별도로 집계한 작년 통계에 따르면 한인이 피해자인 증오범죄 사건은 하루에 한 건꼴로 발생했다.
특히 올해 들어 발생한 일련의 증오범죄 사건은 그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달 자택으로 귀가하던 뉴욕주 60대 아시아 여성은 가해자로부터 1분 30초 동안 130차례 무차별 구타를 당했다.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는 한인 여성 크리스티나 유나 리가 노숙자의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미셸 박 스틸 연방하원의원은 "증오범죄 사건이 신고 단계부터 제대로 처리가 안 되는 사례가 많다"며 "증오범죄를 막을 강력한 법안,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jamin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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