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거부권 행사 때 이제 총회가 '정당하냐' 공개추궁
우크라 침공한 러 무소불위 논란 속 개혁 첫 걸음
"토론 통한 P5 견제"…강제력 없어 실효성은 의문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걸핏하면 비토권을 행사하는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해 상임 이사국이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유엔 총회에서 해당 문제를 두고 토론을 벌이게 하는 결의가 마련됐다.
26일(현지시간)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은 193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이 같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는 안보리 회의에서 비토권이 행사된 사안에 대해 유엔 총회가 열흘 내에 토론을 하도록 했다. 이 토론에서 비토권을 행사한 상임 이사국에 우선 발언권이 주어진다.
결의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P5)의 비토권을 없애거나 제약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토권을 행사한 이사국을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 다른 회원국들에 왜 비토를 행사했는지 설명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민간인 학살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안보리는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의 비토권에 막혀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결의안은 크리스티안 웨나위저 주유엔 리히텐슈타인 대사가 주도해 2년 전 발의됐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그는 "국제 평화와 안보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만큼,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해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거나 비토권을 갖지 않은 회원국의 발언권을 높이기 위한 결의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대한 안보리의 대응 부재를 빗대 "지금과 같이 효율적인 다자주의가 절실해진 적이 없고, 유엔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혁의 필요성이 높아진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책임을 지는 안보리의 개혁 문제는 40년 이상 논의됐으나 진전이 없었다.
1945년 세계 2차대전 직후 승전국 위주로 구성된 안보리 구성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각국의 엇갈린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개혁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특히 5개 상임이사국의 비토권은 안보리 개혁 과제의 핵심이었다. 지금까지 한국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기후변화, 군축 문제 등을 비롯한 200개 이상의 안보리 안건이 비토권 행사로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 결의안의 실효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AFP통신은 "이번 결의안으로 기존 안보리 상임 이사국이 비토권을 덜 행사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라며 "결의안은 강제력이 없고 비토권을 쓴 상임이사국이 유엔총회 토론에 가지 않아도 된다"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혹은 중국의 외교관은 익명을 전제로 AFP에 "이번 결의안은 유엔을 더욱 분열시키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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