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감시장비업체 하이크비전, 영국 수출에 제동걸리나
영국 감독기구, 내각부·내무부에 하이크비전 장비 구매 문제 제기
"보건부, 신규구매 금지"…영국에만 하이크비전 CCTV 130만대 설치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내 위구르족 탄압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세계 최대 감시장비 제조업체인 중국의 하이크비전(Hikvisionㆍ海康威視)에 대해 영국 정부도 제재를 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6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영국 정부의 폐쇄 회로 TV(CCTV) 사용 실태를 감독하는 독립기구가 영국 내각부와 내무부에 대해 하이크비전의 감시카메라 장비를 계속 구매할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생체인식 및 CCTV 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프레이저 샘슨 커미셔너는 내각부와 내무부에 서신을 보내 하이크비전의 감시카메라 장비를 계속 구매할 것인지에 대해 숙고할 것을 주문했다.
샘슨 커미셔너의 서신은 영국 보건부가 '인종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하이크비전 장비의 신규 구매를 금지하기로 했다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보도에 이어 나왔다.
영국 보건부는 하이크비전 감시장비의 신규 구매 금지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샘슨 커미셔너는 서신에서 "하이크비전이 중국 내 끔찍한 인권 학대에 관여했다는 심각한 질문에 대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만일 기업(하이크비전)이 인종과 안보와 관련된 소정의 조사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정부와 공공부문의 구매 입찰 참여를 불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이크비전의 감시용 카메라는 영국에서만 130만대 이상 설치돼 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杭州)에 본사를 둔 하이크비전은 CCTV를 비롯한 영상 감시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하이크비전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위구르족 소수민족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장비를 중국 당국에 공급한 혐의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미국 정부에 의해 제재 대상 기업 명단에 올려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지난해 3월에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하이크비전을 비롯해 화웨이(華爲), ZTE, 하이테라, 다화 등 5개 중국 기업을 국가안보 위협 기업으로 지정했다.
미국 제임스타운 재단의 아드리안 젠즈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이슬람 극단주의와 분리주의자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이 지역에 막대한 보안 인력과 장비를 배치해 감시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사원인 모스크, 식당, 쇼핑센터에는 주민들을 지켜보는 수많은 감시용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주민들을 감시하기 위해 얼굴인식 카메라, 홍채 인식 카메라, 인공지능 기술 등 다양한 첨단 장비와 기술이 동원됐다.
심지어는 새와 유사하고 레이더에도 안 잡히는 이른바 '비둘기 드론'까지 개발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크비전은 미국 정부의 제재로 반도체 공급에 차질을 빚자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기로 했다.
SCMP는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해 하이크비전이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ASML의 중고 노광장비인 'AT:850C 웨이퍼 스테퍼 시스템'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 중고 노광장비가 하이크비전의 감시 카메라에 장착되는 반도체 칩을 생산하기 위한 8인치 웨이퍼 조립 라인에 사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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