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구두개입에도 장중 1,250원 돌파…"1,280원까지 갈수도"(종합)
당국 시장에 "예의주시" 메시지…10.8원 급등 1,249.9원 마감
달러 강세기조 지속에 2년1개월 만에 최고 수준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김유아 기자 = 25일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의 강한 구두 개입에도 불구하고 10원 넘게 급등(원화가치 급락)하며 달러당 1,250원 턱밑에서 마감했다.
미국의 강한 긴축 통화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 여건 추가 악화 시 환율이 달러당 1,28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0.8원 오른 달러당 1,249.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산 초기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던 2020년 3월 23일(1,266.5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1,243.5원에 출발, 장중 상승 흐름을 지속하며 오전 10시 무렵 직전 연고점(1,245.4원)을 가볍게 뚫고 올라섰다.
외환당국 관계자가 오전 장중 "최근 환율 움직임은 물론 주요 수급 주체별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구두 개입성 메시지를 냈지만, 환율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후 들어서도 상승 흐름을 지속했다.
환율은 장 마감 직전 장중 달러당 1,250.1원으로 고점을 높이며 1,250원선을 돌파한 뒤 고점 부근에서 이날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경신한 장중 고점 기록은 2020년 3월 24일(1,265.0원) 이후 가장 높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공식 석상 발언 등을 제외하고 외환당국이 시장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은 지난 3월 7일 이후 약 한 달 반 만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 스텝'을 시사한 데다 중국 위안화까지 약세를 보이며 강달러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정책뿐만 아니라 이날 위안화가 장중 1% 넘게 떨어진 영향도 이날 원/달러 환율에 반영된 것 같다"라면서 "원화가 최근 다시 위안화와 연동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한때 101.7선까지 오르며,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올해 여러 차례에 걸쳐 빅 스텝을 밟을 수 있다고 시사한 데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지난 주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0.75%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한 사실도 다시 부각됐다.
이날 아시아증시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외국인 투자자가 7천200억원 가까이 팔아치운 영향 등으로 1.76% 하락했다.
또 다음 달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있어 국내 외환당국이 당분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도 환율 상단을 열어놓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에 우호적인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원화의 약세 지속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며 환율이 상반기 중 달러당 1,280원선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국면이다 보니 원/달러 환율도 쉽게 내려오기보다는 계속해서 상방 압력을 받는 상황"이라며 "금융위기 때처럼 환율이 달러당 1,300원선 위로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우크라이나 전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달러당 1,280원선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오후 3시 30분 현재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73.63원이다.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968.01원)에서 5.62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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