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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러 보란듯 키이우 방문…철통보안 속 우크라가 홍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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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러 보란듯 키이우 방문…철통보안 속 우크라가 홍보대행
존슨 영 총리 이어 미 국무·국방 장관 키이우 방문
"우크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대러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두 달을 넘어서면서 서방국가 지도자나 고위관리의 입국이 늘었다.
철통 보안 속에 몰래 입국하지만 방문 사실을 적절한 시점에 알려 우크라이나와의 연대 메시지를 전파하는 방식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이 주요 일정이었으나 실제 목적은 국내외 메시지 발신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마련된 소통로를 고려할 때 단순 협의를 위해 전쟁터를 직접 방문했다는 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협의 내용보다 이들 미국 고위관리의 방문 사실 자체를 알리는 데 더 공을 들이는 모습을 노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식으로 미국 정부가 함구하는 가운데 이들의 방문 계획을 전날 발표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지금 키이우에 와서 대통령과 얘기하고 있다"고 나중에 알리기도 했다.
회담 의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지원 확대 등 이미 대중에 잘 알려진 내용이었다.
한 우크라이나 의원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홀로 버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러시아에 보낸 것"이라고 해설했다.

앞서 이달 9일 키이우를 전격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똑같은 모양새를 더 노골적으로 연출했다.
존슨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무장병력의 경호를 받으며 키이우 시내를 걷고 시민들을 만나기도 했다.
나중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활보 장면을 담은 사진을 배포하고 존슨 총리가 시민들에게 전한 지원 약속도 소개했다.
존슨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협의한 안건도 서방의 군사지원 확대였다.
서방 주요국 정상이나 관리가 우크라이나 입국을 단행하는 배경에는 전황과 여론의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올해 2월 24일 전쟁 발발 직후에는 러시아군이 키이우 진격을 시도한 까닭에 그런 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과 함께 러시아가 남부, 동부로 당면 목표를 바꿔 키이우 주변에서 철수해 방문 위험이 줄었다.
게다가 민간인 집단학살 정황 때문에 러시아를 향한 서방국 대중의 분노와 반감이 급증해 국내 정치적으로도 방문의 이점이 커졌다.

NYT는 "서방 지도자들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연대감을 과시할 기회를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북부와 서부가 비교적 잠잠할 뿐 헬기,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기갑차량, 중무장 병력이 교전하는 전쟁터이다.
그 때문에 서방 관리들의 일정은 일단 공식적으로는 비밀이고 입국의 구체적 시점, 경로, 방식은 실제로 극비다.
보안 요건 때문에 장관들의 수행단도 평소보다 많이 축소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블링컨, 오스틴 장관이 무슨 교통수단을 이용해 입국했는지도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거리를 고려할 때 항공기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발발 뒤 민항기 운항을 중단했다.
존슨 총리는 방문설이 나도는 가운데 열차를 타고 키이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 정보는 방문 전까지 비밀이었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우 상대적 위험의 크기를 차치하고 보안 요건도 훨씬 엄격해 우크라이나 방문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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