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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마크롱도, 르펜도 싫지만…갈림길에 선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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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마크롱도, 르펜도 싫지만…갈림길에 선 프랑스
마크롱 지지율 높은 파리…"성에 차지 않아도 뽑았다"
르펜 뽑은 이유 묻자 "더는 마크롱 보고 싶지 않아"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결선 투표는 '마크롱과 르펜의 재대결'이라기보다 '반르펜과 반마크롱의 새로운 대결'로 부르는 게 더 정확해 보였다.
24일(현지시간) 오전 8시 투표가 시작된 파리 1구의 투표소 앞에 붙어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포스터에 "당신을 뽑기는 하겠지만 조심하라"고 적혀있는 글귀가 이러한 분위기를 대변했다.
중도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의 연임을 저지하겠다며 5년 만에 설욕전에 나선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의 포스터 위에는 "파시스트"라는 낙서가 쓰여 있었다.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투표소를 찾은 세귀레(37·여) 씨는 마크롱 대통령이 통치한 지난 5년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다른 선택권이 없어서 마크롱 대통령을 뽑았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 1차 투표 때는 마크롱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를 찍었지만, 그해 2차 투표 때부터 올해 1차, 2차 투표 모두 마크롱 대통령을 선택했다는 그는 본인을 '마크롱 지지자'로 부르기를 거부했다.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 면면을 보고 누구를 뽑을지 결정을 내린다는 세귀레 씨는 선거 구도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을 뽑은 것이지 그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건축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베르타니(60·남) 씨도 마크롱 대통령을 뽑았지만, 이유는 달랐다. 그는 사람들이 마크롱 대통령을 왜 그렇게까지 싫어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베르타니 씨는 마크롱 대통령이 오만하다느니, 독재자 같다느니 비판을 받는 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저 마크롱 대통령에게 시비를 걸려고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프랑스에서 극우 세력 지지가 늘어나는 이유를 묻자 "민주주의를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는 듯하다"며 "실제 전쟁이 없으니까 이런 식으로라도 싸우고 싶은 것"이라고 답했다.



투표소가 문을 열자마자 15구에서 투표를 하고, 친구를 위해 대리 투표하러 1구로 넘어온 에리카(62·여)씨는 본인이 스위스 출신이다 보니 유럽의 관점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다른 유권자의 위임장을 받아 대리투표할 수 있다.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해 지금은 은퇴해 손자들을 돌본다는 그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프랑스의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르펜 후보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도 유럽이 공동 대응하면서 백신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대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르펜 후보보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파리에서 2차 투표를 마치고 인터뷰에 응한 유권자 중 다수는 마크롱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1차 투표 집계 결과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에서 35.33% 득표율로 12명의 후보 중 1위에 올랐고, 르펜 후보는 5.54% 득표율로 6위에 그쳤다.
처음에는 인터뷰를 승낙했으나, 오늘 누구를 뽑았느냐고 물으면 "대답하고 싶지 않다"라거나 "비밀이기 때문에 공유하고 싶지" 않다며 답을 거부한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직업을 밝히지 않은 상스킬(50·남)씨는 이날 르펜 후보를 뽑았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묻자 "마크롱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는 짤막한 답변을 남기고 떠났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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