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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이 대만에 준 교훈…건드리면 아픈 '호저' 돼라"
이코노미스트 "전투기·군함 대신 대공·대함 미사일 집중 배치" 제안
"미국,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유지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만에 중국의 침공에 대비해 등에 가시가 촘촘히 박힌 동물 '호저'가 돼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2일 '호저가 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크라이나와 대만의 안보 상황이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각각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이웃의 권위주의 강대국 탓에 국가의 자기 결정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실제 이웃 강대국의 침공이 벌어질 수 있으며 이에 맞설 수 있는 국방력을 갖추는 게 최선이라는 점이 이번 전쟁의 교훈이라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항전 의식, 리더십, 국민의 분투와 함께 서방의 무기 지원을 언급하며 더 많이 국방이 준비될수록 침공의 위험이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이 잡지는 대만이 2017년 내놓은 새 국방 전략인 '종합적 방위구상'을 호평하며 이를 기반으로 국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대공·대함 미사일을 대량 배치해 적의 침공을 억제하는 데 최적화된 국방을 구상하는 계획으로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호저 전략'의 일종이라고 평가했다.

설치목에 속하는 호저는 뾰족한 가시로 자신을 방어하는 동물이다.
대만이 호저처럼 강대국도 섣불리 건드리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수준의 만만치 않은 국방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합적 방위구상에 따라 전쟁 발발시 폭파될 공산이 큰 전투기, 군함, 잠수함 등 대만이 확보하려는 비싼 무기 중 일부는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이런 전환은 대만에 '중대한 도박'이 될 수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해설했다.
그러면서도 섬이라는 특성상 유사시 물자를 다 쓰면 우크라이나보다 재보급이 어려워 수개월을 혼자 힘으로 버텨야 하는 위기가 닥칠 수 있다며 이 방위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잡지는 "우크라이나를 보라. 전쟁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서 전시 초반에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가 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나서 대만의 이런 국방 전환을 도와야 한다며 연합훈련 실시, 무기 판매·지원 등 방식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해상봉쇄부터 실제 침공까지 대만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일본 등 동맹국과 세부 지원 계획을 짜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시에 이런 조처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은 유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즉 미국은 대만이 스스로 영토를 지키도록 돕더라도 유사시 직접 참전해 중국과 맞설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대만 침공 시 미국이 군사 개입할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참전 의사를 명확히 밝혀도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가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만의 국방력을 증강하는 실용적 조처에 집중해 중국이 대만을 '위험한 곳'이라고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또 전문 병력을 양성하는 모병제로 국방을 담당하겠다는 대만의 기존 정책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만은 2018년 12월부터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고, 1994년 이후 출생자에게는 4개월간 군사훈련 과정을 의무화한 형태로 병력을 운용한다.
이 잡지는 대만이 모든 성인 남성이 군사훈련을 받도록 해야 하며 여성도 이에 참여할 수 있으면 국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내총생산(GDP)의 5.6%를 국방에 투입하는 이스라엘의 예를 들며 대만 군비가 침공 위협을 받는 국가치고는 낮다고 평가했다. 대만은 현재 GDP의 2% 정도를 국방비로 쓴다.
pual0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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