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골 숲에서 캥거루가 돌아다니는 이유는
애완동물 밀수 성행…야생동물 밀수 금지법 곧 마련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인도에서 애완용 야생동물 밀수가 성행하면서 호주 대륙에 사는 캥거루가 숲 근처를 배회하다 구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달 인도 동부지역에서 처음 보는 이상한 동물들이 숲 인근에서 돌아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돼 야생동물 구조단이 출동했다.
구조단이 동물을 잡고 보니 캥거루였다. 2마리를 구조했고 한 마리는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인도에서 캥거루를 구조한 영상은 SNS에 올라가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이 캥거루들이 동남아의 번식장에서 태어나 인도로 밀수된 것으로 추정했다.
캥거루들은 인도에선 이색적인 애완동물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몇 주 새 야생동물 밀수의 온상으로 알려진 동부의 웨스트벵갈주에서도 숲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캥거루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곳 밀란팔리 마을 주민들의 신고로 탈수와 영양실조에 빠진 캥거루 3마리가 구조돼 북벵갈야생동물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NYT는 이는 인도에서 야생동물 밀수가 얼마나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인도에선 야생동물 밀수에 대해 거의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
1972년 야생동물보호법이 제정됐으나 이 법에는 외래 야생동물 소유자를 체포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고 인도 야생동물보호협회의 벨린다 라이트 사무국장은 밝혔다.
인도 정부는 관세법을 근거로 야생동물 수입을 막고 있으나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경찰이 동물 밀수 관련자를 적발해도 그뿐이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일단 외래종이 인도에 들어온 뒤에는 누가 이 동물을 소유하고 있다 붙잡혀도 집에서 낳아서 사육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인도 의회는 야생동물 밀수를 금지하는 야생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 개정안에는 외래 야생동물을 소유하고 있다 적발될 경우 세관이 아닌 야생동물보호 당국에 넘기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뉴델리 비디법률정책센터의 데바디티요 신하 선임연구원은 "새 법이 제정되면 현행법의 허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곧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세관은 최근 몇 년 새 송골매와 오랑우탄, 원숭이, 마코앵무새 등 일부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수천 마리의 외래 야생동물을 압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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