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 불법무기에 키이우 등 민간인 수백명 사망
가디언 보도…시신에 집속탄 파편·주거용 건물에 폭탄 투하
우크라이나 검찰 전범 재판 증거 수집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러시아군이 집속탄 등 금지된 무기를 사용해서 수도 키이우(키예프) 지역에서 민간인 수백명이 사망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지는 러시아 점령군이 키이우 주변 부차, 호스토멜, 보로디안카 등의 인구밀집지역에서 집속탄과 비유도탄을 사용해서 민간 건물이 8채 이상 파괴됐다는 증거가 나왔다고 말했다.
전쟁범죄 관련 탐사보도단체 벨링캣이 가디언지가 확보한 사진들을 검토한 뒤 러시아 RBK-500 집속탄과 그에 쓰이는 소탄의 흔적을 확인했다.
집속탄은 넓은 지역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무기로, 로켓이나 폭탄에 장착돼 공중에서 수많은 소형 폭탄을 살포하는 방식으로 인명을 살상한다.
집속탄은 교전 중인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의 생명까지 무차별적으로 위협할 수 있어서 2008년 집속탄 금지협약에 100여개국이 가입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빠졌다.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키이우에서 철수한 뒤 군 시설이나 군 인력이 없는 지역의 자동차, 거리, 민간 건물, 시신에서 집속탄 흔적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부차와 보로디안카의 차량 수십대 잔해에선 집속탄에서 나온 소탄으로 인한 특징적 구멍이 보였다.
4월 4일 국경없는 의사회 팀이 미콜라이우 병원에 들어갈 때 여러차례 폭발이 발생했는데 이들은 "당시 넓은 지역에 흩어진 수많은 작은 구멍이 보였고, 이는 집속탄 사용 흔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호스토멜 농촌 근처에서는 러시아 집속로켓이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검사들은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기 사용 증거를 수집해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보낼 예정이다. 미래 전범 재판에 대비하는 것이다.
올레 트칼렌코 키이우 부검사장은 "러시아는 금지된 전쟁 수단과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며 "보로디안카 마을 점령 중에 금지된 집속탄이 사용됐고 민간 목표물이 FAB-250 폭탄을 맞았다. 민간 건물 8채가 파괴됐다"고 말했다.
소련이 설계한 250㎏ 무게 FAB-250은 비행기에서 떨어뜨려 군사 시설을 맞추는 데 쓰인다. 소련과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에서 많이 사용했다.
가디언은 러시아가 군사 표적을 노렸다지만 주거 건물과 민간 기반 시설에 많이 투하됐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수백명이 살던 보로디안카의 민간 건물은 이 폭탄을 맞아서 두쪽이 났고 주민들은 대부분 사망했다.
보로디안카에서는 러시아군에 살해된 민간인 시신을 파내보니 집속탄 파편이 많이 나왔다.
부차와 이르핀에선 집에 지뢰를 남겨두고 간 경우도 많다고 키이우 검찰 관계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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