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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는 지금] 교민의 분노 "응급상황 대비 없는 영사관에 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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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는 지금] 교민의 분노 "응급상황 대비 없는 영사관에 화 나"
A씨 "아무 도움도 못 받아"…이송 대기 중 음성 나왔지만 격리소로 이송돼
격리소는 교실 한 칸에 20명…1m 간격도 안 되는 야전 침대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교실 하나에 (코로나19) 양성자와 음성자, 증상이 심한 사람과 경증 환자, 남녀노소가 모두 섞여 있어요.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다시 코로나 걸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돼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이들을 집단 수용하는 임시 격리소로 변한 상하이시 창닝구의 한 초등학교에 머무르는 교민 A씨는 21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하이의 한국 기업에 다니는 A씨는 지난 18일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이곳으로 보내졌다.
그는 지난 5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열흘 넘게 당국의 방치 속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치유돼 신속항원검사에서 반복적으로 음성 결과가 나오는 상황이 됐는데도 뒤늦게 격리소로 옮겨진 것이다.
작은 교실에 야전 침대를 빼곡히 놓아 급조된 격리시설 환경은 열악한 편이었다. A씨가 제공한 사진을 보면, 교실 한 칸에 침대 20개 이상을 세 줄로 놓았는데 침대 간격이 1m가 채 되지 않는다.
3월 이후 상하이에서 감염자가 45만명 넘게 발생하면서 격리시설로 옮겨지는 우리 국민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교민사회에 따르면 이미 회복된 이들까지 포함해 3월 이후 감염된 우리 국민은 100명에 육박한다. 이 중 약 50명은 이미 격리소에 갔다가 자택으로 돌아왔고, 나머지는 격리소에 있거나 자택에서 격리소 이송을 대기 중인 상황이라고 한다.
중국은 양성 판정을 받은 이들을 병원이나 격리시설로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격리 대상자가 폭증하자 대형 컨벤션센터, 체육관, 학교, 호텔, 공장, 오피스 빌딩, 조립식 컨테이너 등이 격리시설로 급조되고 있다.
국가급 시설인 상하이 국가회의전람센터(NECC) 등에 마련된 일부 초대형 격리시설은 의료진이 투입된 채 샤워장 등 공동생활 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야전 침대만 잔뜩 놓은 채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또 연일 2만명 안팎의 신규 감염자가 추가로 나오면서 감염자 즉각 격리 원칙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당국이 격리시설을 계속 확충하지만 격리시설 부족으로 인해 심각한 이송 적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런 이유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자택에서 장기간 이송을 기다리다가 자연 치유가 된 이들이 뒤늦게 격리시설로 보내지는 불합리한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치유가 됐다고 해도 대상자를 반드시 격리시설로 데려가 2번 이상 검사해 음성 결과가 나와야 돌려보내는 정책을 고수한다.
큰 어려움을 직접 겪은 교민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평가를 떠나 우리 외교 당국이 위기 국면에서 교민들에게 단계마다 시의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A씨는 양성 판정을 받고 대처 방안을 구할 때, 약을 구하려 할 때,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구하려 할 때, 갑자기 격리소로 가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등 4차례에 걸쳐 주상하이 총영사관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구했지만 한 번도 실질적인 도움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영사관에 바랬던 것은 중국의 봉쇄 사태를 해결해달라는 것도, 방역 지침을 바꿔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며 "긴급 상황에서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격리 중 확진, 강제 격리시설 이동 모든 과정에서 영사관의 단 하나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봉쇄가 예고된 상황에서도 총영사관이 비상 인력을 영사관에 상주시키는 등 최소한의 비상 대처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A씨는 "코로나가 시작되고 2년이 지나는 동안 중국의 정책이 변한 적이 없고 우한, 시안, 선전 등 많은 도시가 봉쇄를 겪었고 상하이는 특히 교민이 많은 곳"이라며 "일반 회사들도 상하이 봉쇄 계획 발표 이후 일부 직원을 회사에 남겨뒀는데 나라를 대표하는 영사관이 응급 상황에 긴급 대응할 대비책이 없었다는 점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하이 봉쇄가 시작되고 나서 한동안 주상하이 총영사관의 모든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처럼 모두 자택에서 격리된 채 출근하지 못해 전화와 온라인으로만 업무를 볼 수밖에 없어 교민들을 돕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상하이 당국은 최근 들어서야 소수의 총영사관 관계자의 출근을 허락한 상태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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