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스크 고조에 글로벌 자금 이탈 가속…"무차별 매도"
"중국·러시아 밀착에 우려"…상하이 봉쇄·기업 규제 위험성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러시아 제재 등 중국을 둘러싼 리스크가 커지고 수익은 감소하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 이후 중국도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상하이가 봉쇄됐고 당국의 예측할 수 없는 기업 규제의 위험성도 여전하다.
글로벌 자금은 중국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해외 투자자들은 지난달 홍콩 증시를 통한 교차 매매로 중국 본토 주식 70억달러(약 8조6천억원) 이상을 처분했다. 이들은 또한 지난 2개월간 중국 국채 140억달러 어치를 매각했다.
SPI자산운용의 스티븐 이니스는 "시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유대 관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를 겁내고 있으며 전쟁 시작 이후 위험 회피가 일어났다"면서 "모두가 중국 채권을 팔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전혀 사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의 주식, 채권, 펀드로부터 자금 이탈은 빨라졌다.
영국 투자회사 아르테미스의 사이먼 에델스텐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범위와 속도는 서방이 중국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당국이 디디추싱, 앤트그룹 같은 기업의 상장을 규제한 이후 그의 팀은 모든 중국 자산을 매각했다. 이 같은 규제 조치는 주주의 권리를 위협한다고 에델스텐은 비판했다. 중국이 홍콩 장악력을 높이고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것도 불안 요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정치와 거버넌스 요인을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하며 장기적 투자에서는 특히 그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투자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의 1분기 자금 조성액은 14억달러(약 1조7천억원)로 3분기 연속 감소했다. 14억달러는 각 연도 1분기 기준으로는 2018년 이후 최소 금액이다.
1조3천억달러(1천598조원)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난달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와 관련한 우려를 이유로 중국 스포츠의류 업체 리닝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브렌던 어헌 크레인 펀드 어드바이저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1년간 세계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을 "가격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매도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규제는 외국인이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공격처럼 느껴졌다고 그는 말했다. 이어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이와 같은 일이 중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그의 회사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주식을 홍콩 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주식으로 대체하고 있다.
중국 증시에서 돈을 벌기도 더 어려워졌다. 중국 대형주 지수인 CSI300지수는 연초 대비 약 15% 하락했다. 위험 조정 후 수익률을 보여주는 샤프 지수는 -2.1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며, 경제위기에 처한 스리랑카 콜롬보 증시 주가지수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CSI300지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글로벌 주가지수와 비교하면 2014년 이후 최저에서 거래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기조 영향으로 이달 들어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중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을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앞질렀다.
하지만 중국 투자에서 발을 빼는 선택이 단순하지만은 않다.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의 채권 시장은 21조달러(약 2경5천888조원) 규모이며 증시 시가총액은 본토와 홍콩을 합해 16.4조달러(약 2경234조원)에 이른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통화 긴축 추세와 동떨어져 있는 중국 시장 투자를 통해 투자를 다각화할 수 있다고 린징렁 콜럼비아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츠 애널리스트는 설명했다.
중국 당국도 글로벌 자금을 붙잡기 위해 손짓하고 있다. 중국 관리들은 지난달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한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일부 회계자료에 미 당국이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CNN비즈니스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가 세계 경제에서 과소평가된 가장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노무라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45개 도시의 3억7천만명이 전면 또는 부분적 봉쇄 상태에 있다. 이들 지역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한다.
노무라는 "세계 시장은 여전히 이 영향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과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 큰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제조·수출 허브 가운데 하나인 인구 2천500만명의 상하이는 여전히 봉쇄 상태다.
애플 맥북 제조업체 콴타컴퓨터를 포함한 대만 기업 30곳 이상은 코로나 봉쇄 때문에 중국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이 올해 5.5%의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중국이 엄격한 봉쇄 정책을 고수할 경우 중국 경제 성장률이 4%에 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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