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실업자 정신건강 '빨간 불' …30.5% '극단적 선택' 생각
전체 82.9% "구직 어렵다"…49.8% 일자리 전망 '나빠질 것'
실직자 28% "코로나19 유행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직장 잃어"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코로나19 유행으로 '체감실업자'의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우울감이 높아지는 등 정신건강에 비상이 걸렸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체감실업자는 공식적 기준에 따른 실업자와 더 일하고 싶어하는 취업자 및 잠재 구직자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들 대부분은 구직에 어려움을 호소했으며, 약 30%는 심각하게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을 경험한 이들 중 28%는 코로나19 상황과 연관돼 직장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11일부터 20일까지 국내 만 18세 이상 남녀 체감실업자 717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의 경험과 건강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48.5%는 구직활동을 했으나 취업이 어렵거나 구직활동을 하지는 않았으나 취업을 원하는 '잠재실업자'였고, 26.1%는 '실업자'였다. 25.4%는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주당 36시간 미만 시간제 근로자인 '부분 실업자'였다.
전체의 82.9%는 '구직이 어렵다'고 응답했고, 절반에 가까운 49.8%는 일자리 전망에 대해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향후 일자리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11.0%에 불과했다.
연구팀이 체감실업자 중 실직을 경험한 572명에 직장을 잃은 이유와 코로나19 상황과의 연관성을 묻자 13.5%는 직접적으로, 14.9%는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총 28.4%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실직을 경험한 것이다.
체감실업자의 코로나19 전후 삶의 만족도는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코로나19 유행 전인 2020년 1월 20일 이전에는 23.1%였으나 현재는 63.3%로 40.2%포인트 증가했다.
이들은 울분이나 우울을 호소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경우도 일반인에 비해 높았다.
특히 이들의 40.7%는 우울증 수준으로 평가됐다. 지난 2월 경기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우울증 수준의 응답 비율이 25.1%였던 것과 비교하면 15.6%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난 1년간 심각하게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는 체감실업자의 비율은 30.5%에 달했다. 극단적 선택을 실제로 계획했거나 시도했다는 응답도 각각 11.6%와 6.3%였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는 응답자의 37.1%는 계획까지 세웠고, 계획자의 48.2%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고돼 더는 간과할 수준이 아니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체감실업자의 정신건강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체감실업자의 고용 촉진과 더불어 정신건강의 회복을 도울 실질적인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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