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버핏 흉내는 냈지만'…트위터 인수 전망 어두운 이유
가격 낮은데다 자금 조달 계획 불확실…신뢰성 문제도 지적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트위터를 인수하겠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제안은 '투자의 현인' 워런 버핏의 전략과 비슷해 보이지만 성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인수 가격을 제시하면서 "내 제안은 최선이자 최종 제안"이라고 말했다. 버핏의 '받아들이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전략을 따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머스크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가격을 대폭 높이고 자금 조달에 관한 세부 내용을 밝혀야 한다고 투자은행 업계 등에서는 지적한다. 이들은 머스크가 입장을 뒤바꾼 전력도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버핏은 자신의 투자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가격을 한 차례만 제시하고 협상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것으로 잘 알려졌다.
그는 이런 식으로 최근 미국 보험회사 앨러게이니를 116억달러(약 14조3천억원)에 인수하기로 했고, 2016년 항공부품업체 프리시전 캐스트파츠를 370억달러(약 45조5천억원)에 인수했다.
버핏의 제안에 대해 인수 대상 회사들은 합당하다고 여겼으며 인수 자금 문제도 없었다.
반면 머스크가 제시한 가격은 너무 낮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인데다 자금에 대한 정보도 불투명하다.
로런스 커닝햄 조지워싱턴대 법학 교수는 "워런 버핏은 60년간 40건 넘는 기업 인수에서 그가 말한 것은 그대로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일론 머스크는 믿을 수 없다. 신뢰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머스크는 테슬라 상장폐지 계획을 백지화한 적이 있다. 그는 2018년 테슬라를 상장 폐지하려고 검토 중이라면서 "자금은 확보했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당시 머스크가 테슬라 지분을 매입하는 데는 720억달러(약 88조5천억원)가 필요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테슬라를 비상장회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실행하지 않았으며, 이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머스크가 투자자를 속였다고 고소했다.
결국 머스크와 테슬라는 각각 2천만달러(약 246억원)의 벌금을 냈고 머스크는 테슬라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머스크는 현재 트위터 지분 9.2%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공시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의 나머지 지분을 1주당 54.20달러(약 6만6천700원)에 사겠다고 제안했다. 이 가격은 트위터의 기업가치를 430억달러(약 52조9천억원)로 평가한 것이다.
이는 머스크가 트위터에 투자한 사실이 공개되기 전의 종가보다 38% 높지만 5개월 전 가격보다는 낮다. 트위터 주가는 지난해 상당 기간 60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제안을 지난해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의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 인수 시도와 비교했다. 페이팔이 제시했던 금액으로 평가한 핀터레스트의 기업가치는 연 매출의 17.4배에 달했지만, 머스크가 제안한 가격에 따른 트위터의 가치는 매출의 8.6배에 불과하다.
머스크의 인수 제안 소식이 알려진 뒤 트위터 주가는 이날 45.08달러로 1.68% 하락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인수 성공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본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크리스 풀츠 켈너캐피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트위터 이사회가 이 거래를 거절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머스크의 인수 자금 마련 계획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 부자인 머스크의 재산은 대부분 테슬라 주식이라 이를 팔거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 어떻게 경영할지 불확실성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은행이 대출해줄지도 문제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한편 콘래드 퀼티 하퍼 블룸버그통신 기자는 머스크가 2019년 트위터에서 자신이 일했던 과학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 인수 금액을 물었다면서 "머스크가 당신의 회사를 사고 싶다고 트윗을 올려도 당황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머스크는 뉴사이언티스트를 인수하지 않았고 그가 인정했듯이 트위터를 사지 않을 수 있다"면서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말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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