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스리랑카, 외화 모으기 운동…해외동포에 도움 호소
미·영·독에 모금계좌…동포들 "못 믿어" 회의적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최악의 경제난으로 국가채무를 갚지 못해 일시적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스리랑카 정부가 해외 동포들을 상대로 '외화 모으기' 운동에 나섰다.
14일 뉴스퍼스트와 AFP통신에 따르면 난달랄 위라싱게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는 "중차대한 시기에 필요한 외화를 기부함으로써 국가를 도와줄 해외 동포들이 필요하다"고 전날 성명을 냈다.
그는 미국과 영국, 독일에 외화 모으기 계좌를 개설했다며, 송금된 외화를 식품, 연료, 의약품 등 필수품 수입에만 사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위라싱게 총재의 외화 모으기 운동 제안은 스리랑카 정부가 일시적 디폴트를 선언한 다음 날 나왔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고 대외 채무가 많은 스리랑카 경제는 2019년 부활절 테러,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스리랑카 정부의 지난달 말 기준 외화보유고는 19억3천만달러(2조4천억원)에 불과하지만, 올해 갚아야 할 대외 부채 규모는 70억달러(8조6천억원)에 달해 '국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결국 지난 12일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되고 포괄적인 채무 재조정이 준비될 때까지 대외부채 상환을 잠정 중단한다며 일시적 디폴트를 선언했다.
스리랑카의 '외화 모으기 운동'은 한국이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벌였던 '금모으기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해외 주재 스리랑카인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호주에서 의사로 일하는 스리랑카인은 "우리가 돕는 것은 개의치 않지만, 현금을 현 정부에 맡길 수 있을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스리랑카인도 "송금하는 외화가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일 것이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2004년 12월 '인도양 쓰나미' 당시 수백만 달러의 지원금이 스리랑카 정부에 답지했으나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고, 정치인들 주머니에 흘러 들어갔다는 소문이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인도네시아 해저에서 규모 9.1 강진이 발생, 최고 높이 30m에 이르는 쓰나미가 인도양 연안 12개국을 강타해 총 23만여명이 사망·실종됐다.
쓰나미로 스리랑카에서는 3만5천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한편,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시민들의 거센 정권 퇴진 운동에도 불구하고 "사임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라자팍사 대통령의 친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는 시위대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날 제안했다.
야당은 대통령과 총리 불신임안 상정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스리랑카의 신용등급을 최근 낮췄거나 일시적 디폴트 선언 후 추가로 낮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S&P)은 "스리랑카의 채무 재조정 절차가 복잡할 소지가 높고 완료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성명을 통해 전망했다.
스리랑카의 신용등급을 보면 피치는 디폴트 바로 전 단계인 'C', S&P는 밑에서 세 번째인 'CC', 무디스는 밑에서 네 번째 등급인 'Caa2'로 평가해 거의 최저 단계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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