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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는 지금] "누가 제발 해열제를"…한밤중 창밖 호소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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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는 지금] "누가 제발 해열제를"…한밤중 창밖 호소한 엄마
기본적인 약 구하기도 힘들어…치료 못 받고 숨진 사례들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깨어 있는 사람 안 계세요. 누가 아이에게 줄 해열제를 조금 줄 수 없나요. 아이 열이 이미 40도를 넘었어요…."
지난 11일 새벽 2시께 코로나19로 봉쇄 중인 상하이 푸퉈구의 아파트 단지에서 한 여성이 자기 집 창가에서 흐느끼며 외쳤다.
갑자기 아이에게 열이 올라 시 구급센터에 전화했지만 전화 대기 인원만 300명에 달하자 다급한 마음에 창문을 열고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더우인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해열제를 간청하는 상하이 젊은 엄마'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라는 제목으로 퍼져나갔다.
한 누리꾼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아픈 걸 넘어서 절망이 느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단지 주민위원회 관계자는 현지 매체 동방망에 "현재 해열제가 처방 약으로 구분돼 사람들이 구하기가 어렵다"며 "아이 엄마가 (11일) 아침 9시에 도착한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 오전 11시쯤 돌아왔다"고 전했다.
다행히 아이는 엄마가 가져온 해열제를 먹고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화한 봉쇄로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주민들은 해열제 같은 기본적인 약을 추가로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인터넷 약국은 사실상 마비 상태고, 당국이 지역별로 지정한 의료 비상전화로 연락을 해도 약을 구하기 어렵다.
평소 같으면 쉽게 구할 수 있던 해열제가 없어 창가에 매달려 흐느낀 '상하이 엄마' 사례는 지난달 28일부터 17일째 봉쇄되면서 2천500만명의 상하이 시민들이 의료 체계 마비라는 보건 위기에 닥쳤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5만여명의 누적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 등 최소 4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이들이 격리 시설에서 관리되고 있어 막대한 의료 인력이 필요한 형편이다.
아울러 시 전역에서 매일 최소 수백만건 씩 PCR(유전자증폭) 검사가 진행되고 있어 여기에도 의사와 간호사 등이 투입됐다.
기존 의료 인력으로 대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자 중국 정부가 이달 들어 군 의료진 2천명을 비롯해 1만여명의 외부 의료진을 상하이 투입했지만 일선 의료 체계 마비 현상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응에 의료 자원이 집중되면서 다른 급성 질병이나 사고로 신속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늘어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코로나19에 걸려서 죽는 게 아니라 도시 봉쇄가 초래한 재난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 같다"며 "정책이 조정돼야 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푸둥신구에서는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한 천식 환자가 다른 환자를 태워야 하는 구급차에 외면받은 채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유명 경제학자인 량셴핑 홍콩 중문대 석좌교수는 지난 11일 신장 기저질환이 있는 모친이 코로나19 음성 증명이 나올 때까지 병원 응급실 문 앞에서 4시간을 기다리다가 결국 숨졌다고 밝혔다.
한 대형 병원의 간호사는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켰지만 코로나19 음성 검사 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 하고 멀리 있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다가 숨졌다.
논란이 일 때마다 시 당국은 긴급한 환자의 경우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하지만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최근 부인의 고열로 병원을 찾은 한 시민은 웨이보에 "'발열 클리닉'이 열려 있다는 상하이의 발표 내용은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며 "병원이 (환자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병원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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