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시가격 의견접수 70∼80% 줄었다…정부 로드맵 개편 착수
작년 5만건 육박 vs 올해 1만5천건 밑돌 듯…"보유세 인하 영향"
정부, 내달 로드맵 수정 용역 발주…원희룡 장관 후보자 의중 변수
현실화율 목표치 80%로 낮추고, 목표년도 상향 유력…검증도 강화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 못지않게 큰 폭으로 올랐지만 의견 접수 건수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주택자의 보유세에 올해 공시가격이 아닌 작년 공시가격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올해 공시가격에 대한 관심도와 하향 요구도 줄어든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올해 공시가격 산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새 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공시가격 로드맵 손질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 공동주택 공시가격 의견접수 작년보다 70∼80% 감소…1만5천건 밑돌 듯
13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주택 소유자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의견접수 건수가 작년보다 70∼8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국 평균 19.05% 올랐던 지난해는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하향 요구가 빗발치며 2007년(5만6천355건)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총 4만9천601건이 접수됐다.
올해도 공시가격이 전국 평균 17.22% 뛰면서 작년 못지않게 공시가격에 대한 하향 요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1만5천건(추정치)을 밑돌며 크게 줄었다. 이는 근래 보기 드문 낮은 수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우편접수 등을 포함해 추가 집계가 필요하지만 의견 접수 건수가 작년보다 확연히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며 "올해 공시가격을 공개했지만 올해 보유세에 작년 공시가격을 적용하기로 하는 감면안을 함께 발표하면서 대다수 1주택자는 올해 공시가격 변화에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전날까지 접수한 소유자 등 의견을 토대로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열어 이달 29일 올해 공시가격을 확정 공시할 예정이다.
◇ 공시가격 개편 본격화…현실화율 낮추고 검증도 강화할 듯
국토부는 올해 공시가격 산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다음달 초 연구용역을 발주해 본격적으로 공시가격 로드맵 손질에도 나설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계획을 재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제주지사 시절 공시가격을 놓고 국토부에 날선 비판을 해온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이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됨에 따라 공시가격 개편 수위가 예상보다 커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원희룡 후보자는 대선 후보 경쟁을 벌이던 지난해 5월 "보유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산정 내용과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면서 "공시가격 오류로 인한 국민의 재산권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원 후보자가 국토부 장관 후보 지명 후 첫 출근길에서는 공시가격 산정 방식 개편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많은 문제점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나 정책은 한 측의 요구와 입장을 가지고만 정할 수는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강한 공시가격 관련 제도 개선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토부는 일단 2020년 수립한 공시가격 로드맵이 3년에 걸쳐 현실화 계획을 재검토하게 돼 있는 만큼 올해 새 정부 기조에 맞춰 로드맵을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개편한 새 로드맵은 내년 1월에 발표되는 2023년분 공시가격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와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90%인 현실화율 목표 제고율을 80% 선으로 낮추고, 2030년인 공시가격 현실화율 도달 목표년도도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또 공시가격 산정 오류를 줄이기 위해 지자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해 중앙정부와 공시가격을 상호검증하는 방안도 마련할 전망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가파른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 건강보험료 등 국민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보유세 개편안과 연계해 공시가격을 합리적으로 손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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