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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지하철 객차서 방독면 쓴 뒤 '탕탕탕'…곳곳 비명에 핏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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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지하철 객차서 방독면 쓴 뒤 '탕탕탕'…곳곳 비명에 핏자국
출근길 브루클린 지하철서 16명 부상…뉴욕 치안불안 공포 높아져
경찰, 초록색 공사 현장 조끼 입은 165cm가량 흑인 남성 추적중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12일(현지시간) 오전 8시 30분께 미국 뉴욕시의 맨해튼 방면으로 향하던 지하철 N트레인 열차 안에서 갑자기 흰 연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열차가 브루클린 선셋파크의 36번가역에 진입할 무렵 키 165㎝ 정도의 한 흑인 남성이 갑자기 방독면을 꺼내 쓴 뒤 연막탄을 던진 것이었다.
연기가 객차 전체를 집어삼킬 무렵 곧이어 '탕탕탕'하는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열차에 타고 있던 야브 몬타노는 CNN방송에 "처음에 폭죽 소리인 줄 알았다"며 "의자 뒤에 숨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한 승객은 다른 객차로 연결된 문을 열고 도망가려 했으나, 결국 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몬타노는 전했다.
바닥에 뿌려진 피를 보고 상황을 깨달았다는 몬타노는 "내가 본 것은 사람들이 서로를 밟고 잠긴 문을 뚫고 나가려 하던 장면"이라며 "다행히 열차가 역으로 빠르게 진입했고 모두가 허둥지둥 빠져나왔다"라고 밝혔다.

출근과 등교가 한창이던 시간에 벌어진 총격 현장에 있던 승객은 40∼50명 정도였다고 몬타노는 추정했다.
36번가역 승강장에 있던 시민들은 도착한 열차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피투성이 승객들이 쏟아져 나오자 뒤늦게 비상상황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총격은 승강장에서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패닉 상태에 빠진 승객들은 3개 노선이 지나는 이 지하철역에서 다른 열차로 뛰어들기도 했다.
뉴욕의 한 지역 라디오방송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줄리아나 폰다는 지역매체 고다미스트에 "사람들이 열차 뒤에서 발생한 뭔가로부터 도망치듯이 우리 객차로 쏟아져 들어왔다"면서 "앞쪽에 있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하철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뉴욕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다수의 부상자를 발견하고 이들을 병원으로 옮겼다.
뉴욕경찰(NYPD)에 따르면 모두 10명이 총에 맞았고, 연기를 흡입하거나 다른 사람들에 깔려 다친 부상자까지 모두 16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5명은 중태지만,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시 당국은 밝혔다.

소방관들은 아직 터지지 않은 폭파 장치 여러 개를 발견했다고 밝혔으나, 작동 가능한 폭발물은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도주 중인 용의자는 흑인 남성으로,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입는 초록색 안전 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NYPD는 밝혔다.
이 조끼는 뉴욕시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 직원들이 착용하는 복장과도 비슷해 상당수 승객은 그를 MTA 직원인 줄 알았다고 한다.
경찰은 36번가 지하철역 인근 10여개 블록을 봉쇄하고 범죄 현장임을 나타내는 노란색 테이프를 주위에 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뉴욕시 교육부는 주변 학교들에 대피 명령(shelter in)을 내려 학생들을 학교 안에 머물게 하고, 외부인의 교내 출입을 금지했다.
이 지하철역 한 블록 내에만 초등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이 있다.
이날 사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뉴욕의 치안이 악화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NYPD 통계를 인용해 올해 1월1일부터 4월3일까지 뉴욕시 총격 사건이 전년 동기 260건에서 296건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하철과 역에서 폭력 등 강력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지하철에서 무차별 총기 범죄가 일어나 시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벌어진 36번가역은 브루클린 내 차이나타운과 가깝지만, 인종적 동기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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