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직원들 용기'로 전쟁 통에도 가동 중인 공장
독일 업체 레오니, 우크라 직원들 요청에 공장 가동 재개
"러시아군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용감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러시아 침공으로 많은 서방 기업이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가운데서도 '용기있는' 직원들 덕분에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한 독일 업체가 화제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이 소개한 회사는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독일 업체 레오니AG로, 생산량의 70%를 폴크스바겐에 공급한다.
WSJ은 전쟁이 나자 이 회사도 처음부터 공장을 계속 가동할 계획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후 수 시간 만에 공장 문을 닫고 공장 인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여성 직원에게 국외로 자녀와 함께 이주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잉고 슈펭글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쟁이 나면 우크라이나 공장을 닫고 루마니아와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북아프리카 등으로 생산라인을 옮기는 비상계획을 마련했었다"라며 "폴크스바겐도 물류와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전쟁이 터지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레오니사 공장 직원들이 출근하지 말고 집에 머물라는 지시를 거부하고 여느때 처럼 교대 근무 시간 전에 출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침략한 러시아군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전국적으로 진행된 애국적 저항운동의 하나였다.
공장의 한 고위 관리자는 "키이우(키예프)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군이 러시아군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더 용감해졌고 감독관에게 일을 계속할 방법을 모색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직원들은 독일 고용자들이 일단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공장 가동 재개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해 슈펭글러 COO에게 제출했다.
그는 전쟁 초기 며칠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을 퍼부은 탓에 공장 가동 재개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해 미사일이 이 지역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16분 안에 직원이 대피할 장소를 우선 찾아야 했다.
이들은 옛 소련 시절에 방사능 낙진을 피하려고 건설된 주변의 낡은 대피소 하나를 임대해 고인 물을 퍼냈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직원들은 버스로 14분 안에 이 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공장은 3월 2일 마침내 다시 가동을 시작했다.
직원들은 공습경보가 울리는 즉시 대피할 수 있도록 소지품을 옆에 놓고 일을 했다.
처음에는 낮에 1개 근무조가 일하던 것을 2개 조가 야간 통금 시작 전 출근하고 다음 날 통금 해제 후 퇴근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근무 인원도 대피소에 수용 가능한 인원으로 제한했다.
이후 공장에서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경보가 울리면 직원들이 소지품을 챙겨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대피소로 이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 직원은 "전선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고 우리는 그들을 최대한 도와야 해서 이런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이곳에서 계속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레오니사 공장은 현재 전쟁 전의 80%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생산된 제품은 트럭에 실려 국경 넘어 독일 등 유럽으로 수출된다.
슈테판 빙클만 람보르기니 최고경영자(CEO)는 이 공장이 유지된 덕분에 람보르기니 모델 하나의 생산이 사흘간 차질을 빚었을 뿐이고 현재 재고량이 5일 치라며 "레오니사 공장 직원들의 용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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