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프랑스 양대 기성정당…대선에서 공화·사회당 '말살'
우파 공화당 대선 후보 득표율 5년 사이 20%→5% 밑으로 내려가
2017년 대선에서도 초라한 성적 거뒀던 사회당은 더 쪼그라들어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1차 투표는 쇠락의 길을 걸어온 우파 공화당(LR)과 좌파 사회당(PS)의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
프랑스 현대 정치사를 양분해온 양대 기성 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신호는 지난 2017년 대선 때부터 나왔으나, 5년이 지나 받아든 성적표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총 12명의 후보가 출마한 선거에서 발레리 페크레스 공화당 후보는 5위, 안 이달고 사회당 후보는 9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결선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득표율은 더 비참했다. 내무부가 발표한 1차 투표 최종 집계 결과 페크레스 후보의 득표율은 4.78%, 이달고 후보의 득표율은 1.75%로 공화당과 사회당 역사상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페크레스 공화당 후보의 득표율은 2017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프랑수아 피용의 득표율(20.01%)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화당 내부에서 페크레스 후보의 결선 진출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득표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리라 예상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기에 공화당은 충격에 빠졌다.
프랑스에서는 대선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선거비용을 절반 가까이 지원받을 수 있는데, 득표율 5%를 확보하지 못하면 지원금액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
재정적 기반이 탄탄해 당 운영에 문제가 없더라도, 샤를 드골부터 니콜라 사르코지까지 프랑스에 제5공화국이 들어선 이래 5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다.
전례 없는 타격을 입은 공화당과 사회당은 다시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려면 뼈를 깎는 개혁이 필요해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당내 내홍을 수습하기에도 바빠 보인다.
페크레스 후보가 1차 투표 예측 결과가 나오고 나서 극우의 집권만은 막 아야 한다며 양심에 따라 결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뽑겠다고 밝혔는데도 당내에서는 공개적으로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페크레스 후보와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겨뤘던 에릭 시오티 하원 의원은 자신은 결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뽑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시오티 의원은 이번 결선에 진출한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의 자리를 한때 위협했던 또 다른 극우 성향의 에리크 제무르 르콩케트 후보와 다양한 공감대를 형성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시오티 의원은 지난해 10월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제무르 후보가 결선에서 만난다면 제무르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달고 사회당 후보의 득표율 역시 직전 대선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사회당 후보로 출마해 초라한 성적을 거뒀던 브누아 아몽의 득표율(6.36%)보다도 낮았다.
투표 전 여론조사 단계에서부터 좌파 대선 후보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이달고 후보는 사회당 후보로 당내에서 여러 차례 공격을 받으며 내부 갈등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회당이 배출한 마지막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크리스티안 토비라가 이달고의 사회당 후보 확정 이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도전장을 내민 게 대표적이다.
토비라 전 장관은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가 주도한 비공식 국민경선에서 좌파 대선 후보로 가장 적합한 후보로 뽑혔지만, 대선 후보 등록에 필요한 500명이 넘는 선출직 공직자 서명을 확보하지 못해 선거에 나서지 못했다.
절망적인 대선 1차 투표 결과를 받아든 공화당과 사회당은 하루바삐 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는 듯하지만, 아직 행동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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