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고위당국자 휴대전화, 이스라엘제 스파이웨어 공격받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유럽연합(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EC) 고위 당국자들의 휴대전화가 지난해 이스라엘제 스파이웨어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복수의 EU 당국자들과 관련 문건을 인용해 벨기에 정치인이자 EC 법무 담당 집행위원인 디디에 렝데르와 다른 EC 직원 최소 4명이 공격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다만 당국자들은 렝데르 집행위원 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봤는지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로이터는 이번 공격의 주체나 공격 성공 여부 등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EC는 미국 애플사가 지난해 11월 아이폰 사용자 수천 명에게 해킹 공격의 대상이 됐다고 안내하며 주의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송한 뒤 내부 관계자 피해 상황을 인지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당 이메일을 받은 사용자들은 지난해 2∼9월 포스드엔트리(ForcedEntry)라는 해킹 소프트웨어의 공격 대상이 됐다.
이 소프트웨어는 이스라엘 보안업체 NSO 그룹이 개발한 것으로, 외국 첩보기관이 타인의 아이폰을 원격에서 몰래 통제하는 데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NSO 측은 이번 해킹 공격과 무관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이스라엘 보안업체 쿼드림(QuaDream)도 NSO와 유사한 스파이웨어를 외국 정부 기관들에 판매 중이다. 이 업체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NSO 그룹은 페가수스 등의 스파이웨어도 개발했는데, 이는 일부 국가에서 야권 인사와 언론인, 외교관, 종교인 등의 뒤를 캐는 데 악의적으로 쓰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1월 미연방 정부 기관을 포함해 각국 정부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해온 NSO 그룹이 미국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린 바 있다.
EU도 최근 들어 NSO를 비롯한 스파이웨어 판매업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으며, 유럽의회는 19일 회원국 내의 감시 소프트웨어 사용 실태를 조사할 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폴란드 야권 정치인과 헝가리 탐사보도 기자 등이 이스라엘제 스파이웨어의 공격 대상이 됐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 정부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불법 정보 수집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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