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중국제 지대공 미사일 들여와…유럽 최초"
중국 대형 수송기 윈-20 6대 세르비아 공항 착륙…"이례적 전개"
'친러' 세르비아, 나토·EU 가입 추진하면서도 서방과 불편한 관계
(베이징·서울=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차병섭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불똥이 발칸 반도까지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의 동맹인 세르비아가 중국제 지대공 미사일을 들여왔다고 AP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전략 수송기인 윈(運·Y)-20 6대가 9일 오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민간공항에 착륙했다.
수송기는 세르비아군이 사용할 훙치(紅旗·HQ)-22 지대공 미사일을 수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훙치-22는 미국의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이나 러시아의 S-300 지대공 미사일과 비교되는 무기다. 사거리가 S-300보다는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AP는 세르비아가 유럽에서 최초로 중국제 미사일 시스템을 운용하는 나라가 된다고 설명했다.
AP는 세르비아 국방부에 이에 대한 논평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이번 수송은 거의 비밀 작전이었다고 평가했다.
앞서 9일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세르비아군이 12∼13일 '최신예 자랑거리'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하는 등 미사일 수송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
세르비아는 수년 전부터 중국산 미사일 도입을 추진해 오면서 미국 등 서방과 마찰을 빚었다.
미국은 2020년 세르비아에 훙치-22 미사일을 구매하지 말라며 경고하면서 세르비아가 유럽연합(EU) 등 서구 동맹에 들어오고 싶으면 무기 장비를 서구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부치치 대통령은 세르비아와 인접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미사일 수송을 위한 영공 통과를 거부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세르비아는 나토와 EU에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나토를 적으로 간주하는 정서가 남아 있다. 나토가 1999년 알바니아계 학살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세르비아를 공습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는 전투기나 탱크 등 러시아와 중국제 무기를 통해 군사력을 증강해왔으며, 2020년에는 중국에서 대형 공격용 무인기(드론) 윙룽(翼龍·Wing Loong)-1을 도입한 바 있다.
군사매체 '더 워존'은 "윈-20이 한 대씩 운행하던 것과 달리 집단으로 비행한 것은 놀랍다"면서 "숫자와 무관하게 유럽에 윈-20이 나타난 것은 상당히 새로운 전개"라고 평가했다.
Y-20은 최대 이륙중량 220t, 최대 적재중량 66t, 운항 거리 7천800㎞, 최고시속 800㎞의 대형 전략 수송기다.
중국의 세계적 영향권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수송기가 세르비아로 들어오려면 터키와 불가리아 등 나토 회원국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군사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작전이 중국군의 장거리 수송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치켜세웠다. 환구시보는 수송기가 터키를 거쳐 갔다고 보도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푸첸사오는 "Y-20 6대가 동시에 해외에서 작전하는 것은 기록적인 일"이라며 "이번 임무는 인민해방군의 장거리 전략 수송 능력과 대륙 간 비행에서 대형 수송기의 물류 지원 및 정비 능력이 크게 향상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구는 러시아와 중국제 무기로 무장한 세르비아가 발칸 반도에서 코소보 등을 상대로 또 다른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1만3천여 명이 숨지는 비극적인 전쟁을 겪었다. 내전 종식 9년 만인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포했으며 미국·서유럽 등은 이를 승인했지만 세르비아와 러시아, 중국 등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東進)으로 자국 안보가 위협받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데, 발칸반도 서부의 코소보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보스니아)도 나토 가입 절차를 진행 중이다.
비오사 오스마니 코소보 대통령은 "러시아는 발칸 서부지역에 큰 이해관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러시아가 코소보, 보스니아는 물론 이미 나토에 가입한 몬테네그로까지 공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세르비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지난 수년간 증가해왔다면서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대리자 역할을 하는 세르비아가 러시아와 함께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르비아는 최근 유엔 총회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는 찬성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에 동참하거나 러시아군의 잔학행위를 전면적으로 비판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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