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제재로 중국의 대규모 미 국채 투자에 우려 제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자 중국에서 대규모 미국 국채 투자를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위융딩은 지난주 블로그를 통해 "중국이 대러시아 제재와 유사한 제재에 직면한다면 해외 자산이 '0'이 돼버리는 위험까지도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해외 자산과 부채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 특히 필요하면 똑같은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미국 달러 자산을 너무 많이 보유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가 제재를 피하도록 돕는다면 후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은행 부행장을 지낸 왕융리는 최근 중국 매체 차이신 기고에서 "중국 외환보유고는 주로 미국 달러와 유로 같은 선진국 통화며, 역시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에 주로 보관돼 있다"며 "이는 미국, 유럽과 관계가 한번 깨지면 중국 외환보유고의 안전이 대단히 위협받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대 금융학과 교수인 마이클 페티스는 중국처럼 무역 흑자를 내는 나라는 해외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데 미국 채권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제재를 가하면서 글로벌 결제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런 힘을 매우 우려하는 중국, 이란, 러시아,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는 현재 달러 말고 다른 것을 보유하고자 하지만 도대체 어떤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중국은 다른 유사한 대체지를 찾지 못했는데도 2015년부터 미국 국채에 대한 노출을 줄여나가고 있다"며 "그러나 유로화 표시 증권과 일본 국채에 투자하는 것도 그리 좋은 대안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중국의 무역 흑자는 전년보다 29% 상승한 6천764억3천만 달러(약 823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이 흑자의 상당 부분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일본 다음으로 많은 1조600억 달러(약 1천290조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볼 때 미국 국채가 중국 외화 자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SCMP는 전했다.
한 중국 외교 소식통은 SCMP에 "중국은 미국의 '후과' 위협과, 러시아와 어떤 종류의 경제적 교류를 하면 제재에 저촉될지를 우려한다"고 전했다.
다만 왕 전 부행장은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나 북한에 가한 것과 유사한 제재를 중국에 가할 여력은 없다"며 "미국은 중국과 완전히 디커플링(탈동조화) 하기 어려우며 중국의 보유 자산을 동결하거나 몰수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미친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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