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시위 맞서 발동한 비상사태 해제…여론 압박에 밀려
경제난 심화에 외교 공관 운영 중단도 확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경제난 관련 시위 등에 맞서 발동한 비상사태를 풀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5일 밤(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이날 자정부터 비상사태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연정 균열로 여당이 의회 내 과반 지위를 잃는 등 반정부 여론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자 강경 대응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라자팍사 대통령은 지난 1일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치안·공공질서 보호, 필수 서비스 유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가 선언되면 군이 적극적으로 질서 유지에 동원되며 영장 없이 사람들을 체포하고 구금할 수 있다.
비상사태 선언 후 총리를 제외한 내각 장관 26명 전원이 사퇴했고, 고타바야 대통령은 야당에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제안했지만 폭발한 민심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야당은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한 채 정권을 장악한 라자팍사 가문의 퇴진을 요구했다. 수도 콜롬보의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 사저, 국회 인근 등에서는 연일 시위가 계속됐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총리도 내정에 상당한 권한을 갖는 등 의원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체제를 운용 중이다.
이런 스리랑카 정계는 라자팍사 가문이 완전히 장악한 채 사실상 '가족 통치 체제'가 구축된 상태다.
전임 대통령 출신인 마힌다 총리는 고타바야 대통령의 형이며 이번에 사퇴한 장관 중 3명도 라자팍사 가문 출신이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데다 대외 채무가 많은 스리랑카 경제는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무너졌다.
외화 부족으로 식품, 의약품, 종이 등 필수품 수입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민생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발전 연료가 부족해 최근 하루 13시간씩 순환 단전이 이뤄지기도 했다.
경제난이 깊어지면서 잠정 폐쇄되는 해외 공관 수도 늘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 말 나이지리아 아부자 대사관,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키프로스 니코시아 총영사관에 이어 이달 30일부터 노르웨이 오슬로와 이라크 바그다드의 대사관, 호주 시드니 총영사관의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당국은 아울러 인도, 중국,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손을 내밀며 난국 타개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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